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두 Mar 14. 2017

[로건]

울버린이 아닌 아빠 '로건'

 전에 [신비한 동물사전] 리뷰를 하며 추억이 떠오르는 영화라고 했었다. 엑스맨 시리즈도 나에게 그렇다. 엑스맨1(2000년)은 당시 나이가 12세 이하였기 때문에 못 봤고, 엑스맨2(2003년)를 중학교 1학년이 되어 CA(클럽활동) 영화감상부에서 봤다. 30살을 바라보고 열심히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지금, [로건]을 보면서 나이를 든 것은 나만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그들의 시대는 끝났다. 잘 나갔던, 함께 세상을 휘어잡던 동료들과 선배들은 하나 둘 스러졌다. 한창때 같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아무것도 아니지 않다. 오히려 아무것도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 나이 든 사람들이 흔히 겪는 과정일 것이다. 영웅들도 예외는 아니다. 로건은 나이를 먹었고, 찰스는 더 그렇다. 로건을 상징하던 클로는 잘 나오지도 않고, 자랑하던 회복력도 더디다. 그의 스승 찰스는 자기 몸도 가누지 못하는 노인이 됐고, 그 능력은 골치 아프기만 하다. 돌연변이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당한다.

 

낡아서 구멍 뚫린 물탱크는 세레브로를 연상시킨다

 답답하고 먹먹하다. 우리가 보던 울버린은 불 같은 성격에 돌연변이 능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했었다. 그런데 노쇠한 울버린은 화를 내는 것도 지친 모습이다. 비현실적임에도 우리는 히어로영화를 보며 주인공에 감정을 이입하는데, 로건에 이입하다 보면 점점 기분이 가라앉는다. 로건의 모습에 우리네 아빠들이 언뜻 비추인다. 이렇게 절뚝거리는 아빠 로건 앞에 로라가 등장한다.

 로라에게서 젊은 시절 로건의 모습이 보인다. 뛰어난 회복력과 울버린의 상징인 클로, 야수 같은 성격까지 똑같다. 로건을 보며 느낀 답답함을 로라를 통해 해소해준다. 로라는 로건에게 울버린을 이어받았다. 세대의 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세대교체의 스토리에서 깊은 울림을 주는 메시지를 던진다.

 여기까지가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다. 스토리에 워낙 무게가 있어서 다른 요소들을 언급하지 않았는데, 전혀 거슬리는 것 없이 온전히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었다. 신경 쓰이지 않았다는 것은 잘했다는 걸 의미할 것이다. 히어로영화라면 당연히 잘할 거라고 기대하는 액션은 당연하다는 듯 좋다. 조금 잔인하다고 볼 수 있지만 당위가 있는 잔인함이다.

 휴 잭맨의 연기는 혼신을 다하는 것이 느껴진다. 공식적으로 마지막 울버린을 연기하며 '내가 로건이다'를 온몸으로 외친다. 실제로도 나이가 많이 들긴 했지만 나이 든 연기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또 다프네 킨은 어린 나이에도 노장의 배우와 합을 맞추며 임팩트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휴 잭맨의 울버린과 작별할 수 있는 작품이다. 아쉽지만, 보내기 싫지만 내가 나이 든 만큼 그들도 늙었기에 이젠 보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해주는 영화다.


굿바이, 로건.

굿바이, 휴 잭맨.

매거진의 이전글 [미녀와 야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