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싱 부스1, 2]
일단은 미성숙한 고등학생이 주인공이어야 하겠다. 처음 겪는 감정에 혼란스러워하고 인간관계에 서툴러 갈등을 만들어야겠지. 그 갈등을 해결하며 한 단계 성장하는 것이 하이틴 영화일 테고, 거기에 로맨스를 섞으면 하이틴 로맨스가 된다. 하이틴 로맨스는 또 무엇인가. 주로 친구냐 연인이냐 따위의 선택의 기로에 놓인 주인공이 어찌저찌 둘 다 쟁취하고 성장하는 것을 보여주는 게 하이틴 로맨스 영화의 특징이다.
가장 중요한 특징이자, 영화가 명작이 되기 위한 조건은, 주인공들이 지금의 나와 별로 다르지 않아서 그들의 행동에 몰입할 수 있어야겠다. 이런 영화를 보고 나면 지금의 나도 인간관계의 갈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걸 깨닫고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감동한다. 동시에 자기의 성장기가 떠올라 기분이 몽글몽글해지고 그런 효과가 있다.
그럼 이 영화는 어떤가. 일단은 주인공들이 서툴긴 서툴다. 사고도 치고 실수도 연발한다. 친구와의 관계도 망치고 연인과의 관계도 망친다. 그럼 이제 판은 깔았고, 성장할 일만 남았다. 근데 그런 거 없다. 성장이라 함은 주인공의 가치관이 바뀌고 그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는 것이다. 자기밖에 몰랐던 사람이 남을 돌아보게 된다든지, 남을 너무 신경 쓰던 사람이 자기에게 집중한다든지 어떤 것이든 성장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영화에는 그런 게 없다. 그냥 주인공은 계속 서툴다.
성장이라는 포인트가 없다 보니 기승전결이랄 게 없다. 물론 영화는 예술이니 위에서 말한 전형을 따르지 않아도 되고 형식을 깨도 된다. 잘만 만들면 기승전결이 없어도 별로 상관없다. 근데 온갖 클리셰를 다 넣어 놓고, 심지어 1편에서는 “나에게 빠지지 않은 여자는 니가 처음이야”같은 대사까지 치면서, 왜 전형적인 성장물 스토리는 안 따라주는 걸까.
보다 보면 [내사모남] 시리즈의 향기가 날듯 말 듯 하게 풍기는데 상당히 하위 호환인 것이, 설렘 같은 건 잘 없고, 왜 저럴까 같은 생각만 많이 든다.
+) 키싱 부스라는 소재부터 미성년자들이 성매매하는 것이라는 점은 차치하고 썼는데 스토리고 뭐고 소재부터가 불편했던 것 같다. 공개적으로 돈 내고 키스하러 가는 애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거며 왜 그걸 구경하고 있는 거며 다른 사람 키스하는데 왜 박수 치고 좋아하고 그러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