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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 Mar 21. 2022

그저 레서판다만 귀엽다

[메이의 새빨간 비밀]


한국어 제목이 좀 촌스럽다. 무슨 삼류 에로 영화 제목처럼 번역한 듯한 느낌마저 든다. 영어 제목은 [Turning Red]다. 터닝 레드는 단풍이 물든 것을 뜻하기도 한다. 단풍의 종주국급인 캐나다에 사는, 빨간색을 좋아하는 중국인의 이야기의 제목으로 가장 정곡을 짚는다. 또 다른 뜻으로는 (당황해서) 얼굴을 붉힌다는 뜻도 있는데, 메이가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얼굴 붉힐 일들이 많았던 것까지 함의한 터닝레드는 좋은 제목이었다.


제목은 좋았으나. 이제는 픽사의 이름을 걸고 나와도 기대를 많이 접어야 하는 시대가 온 듯하다. 피트 닥터, 존 라세터, 리 언크리치 그리고 앤드류 스탠튼 정도만 믿고 봐야 하는 걸까. 룩소 주니어가 뛰어다니는 시작 로고가 아니라 두둥! 하며 넷플릭스 오리지날 로고였다면 그냥저냥 괜찮은 영화로 소비했을지도 모르겠다. 번역된 제목부터 풍기는 범작 스멜로 기대를 반쯤 접었음에도, 여전히 픽사 로고를 단 영화에는 기대하는 바가 있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가 픽사영화에 기대하는 바가 무엇이냐. 메시지와 상상력이겠다. 아동용이라 치부되던 애니메이션을 한 단계 진화시킨 것은 것은 픽사영화의 메시지다. 또 픽사는 상상 속에나 존재하는 것들을 시각화하는 상상력을 보여줬다. 그 두 가지 모두 이 영화는 성공하지 못했다.


메시지는 진부하고, 상상력은 빈약하다. 전형적인 하이틴에 변신 마법소녀를 좀 섞은 듯한 스토리인데, 예측가능 수준을 넘어서 뻔하기까지 했다.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전형적인 하이틴도 픽사가 만들면 인사이드 아웃이 되고, 과보호하는 아빠와 벗어나고픈 아들 이야기도 픽사가 만들면 니모를 찾아서가 됐지 않은가.


그저 레서판다만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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