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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 Mar 30. 2018

[우리들]

싸움을 그치는 방법

*스포일러 주의


대학생이 된 이후 초등학교 1학년 도덕문제를 접했는데 한참 풀지 못해서 당황한 적이 있었다. 그 문제는

나+너=?

였다. 정답은 "우리"라는 것을 듣고 한참 멍했던 것 같다.

제목을 잘 지었다. 감독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영화에 담으면서 [아이들]이나 [친구들]이라고 안 하고 [우리들]이라고 제목을 지었다. 한국에서는 특히 “우리”라는 말을 잘 쓰는데 “우리 집”이나 “우리 엄마”같은 말은 생각해보면 좀 이상한데도 “내 집”이나 “내 엄마”보다 더 자연스럽게 들린다. 초등학교 도덕문제에 나오듯 우리에는 “너”뿐 아니라 “나”도 포함이다. 선과 지아의 이야기는 그들의 이야기일 뿐 아니라 나의 이야기 이기도 하다는 뜻으로 들린다.

관계를 그린 영화다. 주인공 선이와 지아가 관계를 맺고, 깨지고, 다시 회복해보려 애쓰는 과정을 그렸다. 둘은 참 잘 맞는 짝이다. 선이의 부족함을 지아가 채우고 지아의 부족함은 선이가 채워준다. 친구가 되는 과정은 밝고 찬란하다. 찬란했던 만큼 관계가 깨지는 모습은 처참하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하니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하는데 싸움은 아주 작은 뒤틀림에서 시작하고, 나중에는 서로 본인이 살기 위해 상대방을 죽일 듯한다.

우리들의 관계들이 떠오른다. 둘만 있을 때는 좋은 관계들이 그들을 둘러싼 외부 환경 때문에 싸운다. 그리고 그 싸움을 끝내기 쉽지 않다. 관계는 더디게 회복되고, 싸우다 난 상처는 어쩌면 완전히 회복되지 않기도 한다. 감독은 싸움을 끝내는 법을 제시하는데 단순해 보인다.

그럼 언제 놀아? 난 그냥 놀고 싶은데 !

선이의 동생에게서 나오는 한마디는 참 단순해 보이지만 어렵다. 친구 관계도, 커플도, 부부도 심지어 남과 북도 싸움을 멈추는 방법은 결국 둘 중 한쪽이 자존심을 굽히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도우려 하지만 결국 둘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자존심을 굽히는 한쪽은 더 강한 사람이다. 극에서는 선이가 더 강한 쪽인데, 더 강하다는 것은 육체적인 것이 아니라 정서적인 것이다. 선이는 여러번 따돌림을 당해왔고, 믿었던 지아에게도 배신을 당하지만 굳센 아이다. 그래서 지아에게도 먼저 다가갈 수 있었다. 둘의 싸움에서 선이에게 주도권이 왔을 때도 선이는 그것을 휘두르려 하지 않고 관계를 회복하는데 주력한다.

선이의 연기력에도 감탄했지만 선이의 강함에 감탄하는 영화였다. 자기의 강함을 휘두르지 않고 화해의 제스쳐를 취하는 것은 강한 것이다. 착한 것은 약하고 악한 것이 강하다는 편견이 있는데, 착하고도 강하고 악하면서 약할 수 있다. 착하고 강한 것이 결국 이긴다는, 세상 모든 관계와 갈등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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