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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 May 02. 2018

[플로리다 프로젝트]

좋은 영화는 세상을 구하는 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 영화평론가 이동진

*스포일러 없습니다.


나는 디즈니 덕후다. 엄밀히 말하면 픽사 덕후지만, 결국 그게 그거다. 지금까지 올린 포스팅들을 보면 굳이 이렇게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이 아주 미세하게 달라졌다.

이 영화는 사회고발 성격이 짙다. 사회의 문제를 다룰 때 어떤 영화들은 자극적으로 묘사하여 관객의 분노나 극도의 슬픔을 유발하기도 한다. 한국영화 [도가니]나, 악역을 평면적으로 '악'하게 그려낸 영화들이 그렇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악역이 없다. 주인공들을 억압하는 존재는 어렴풋이 느낄 수 있는데 그것은 돈(멋지게 말하면 자본)이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라는 단어는 플로리다에 디즈니랜드가 지어질 때 불리던 말임과 동시에 홈리스들에게 보조금을 주는 정부지원 사업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 역설을 제목에 잘 담았다. 

영화에는 계속해서 역설적인 장면이 등장하는데 주인공들이 살고 있는 곳은 디즈니랜드 뒷골목에 자리 잡은 매직 캐슬이라는 이름의 화려한 페인트를 칠한 모텔이다. 이를 통해 그들의 비참한 삶과 대조한다. 또 주인공인 아이들은 천진난만하기만 하다. 그러나 아이들의 동심과는 반대로 어른들은 처절한 현실 속에 살아간다. 이것을 담담하게 그려내니 그 처절함이 관객의 가슴을 후벼 판다. 

 

딱히 흠잡을 데 없는 완성도 높은 영화다. 아이들도 연기를 잘 했고, 윌렘 대포는 말할 것도 없이 좋았다. 영화를 촬영할 때 실제 모텔 거주자들이 엑스트라로 등장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연출도, 음악도, 편집도 좋았다. 


결말이 충격적이다.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여러 가지 말들을 참는 중이지만 [라라랜드]의 결말보다 더 소름이 돋았다. 조금은 먹먹한 영화지만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가슴에 와 닿았던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한줄평을 소개하며 리뷰를 마친다.


좋은 영화는 세상을 구하는 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 영화평론가 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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