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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 Apr 12. 2019

[마약왕]

송강호 연기 잘하는 건 알겠다. 그래서 뭐?


그냥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들이 있다. 마 거장님 영화처럼 다 터뜨린다든지, 테이큰이나 아저씨처럼 액션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극이 진행되는 영화들이 그렇다. 누군가 이 영화에 생각 없이 보면 괜찮다고 하는 걸 들었는데, 생각 없이 보려면 볼거리를 주었어야지. 볼거리가 없으니 보면서 잡생각만 많이 드는 영화였다. 그래서 잡소리에 번호를 좀 붙여서 떠들어보려고 한다.

1. “음, 그래서 뭐라는 거지?”가 제일 많이 떠오른 생각이었다. 영화에 맥락이 없고 그냥 붕 떠있다. 그래서 내내 저 생각을 했다. 마약을 하지 말자는 건지, 기술을 배우라는 건지,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지 말자는 건지, 공무원들에게 뇌물 좀 먹지 말라는 건지. 지금 내가 하는 말처럼 떠오르는 잡생각을 줄줄이 읊는 느낌이다.

2. “[범죄와의 전쟁] 따라한 건가”. 다음으로 많이 한 생각은 다른 영화가 떠오르는 장면들이었다. 그 시절 전문적인 기술도 없고, 돈도 없어도 줄 잘 서고, 빽 많으면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제대로 보여준 영화가 [범죄와의 전쟁]이었다. [마약왕]은 그 하위 호환이다. 송강호가 연기한 이두삼의 물욕과 권력욕을 표현하고 싶은 것은 알겠으나 캐릭터에 매력이 없다. 연기가 소름 돋게 좋더라도 맥락과 개연성은 필요한 법이다. 관객이 주인공에게 몰입하게 하는 것은 캐릭터의 매력이다. 캐릭터의 성격을 설명해주고, 그가 처한 상황에서 주인공의 행동에 관객이 공감할 때 캐릭터의 매력이 생긴다. 이 영화는 그걸 실패했다.

3. “그럼 [1987] 따라 했나”.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영화들이 느낌이 비슷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1987]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이건 좋은 배우를 많이 섭외해놓고 캐릭터를 소모적으로 사용한 후 산만하게 편집을 해서 그런 것 같다.

4. “[내부자들]..?” 이것도 그냥 잔인하고 선정적이어서 그랬다.


5. “조정석 연기가 왜 저러지?”. 다른 배우들의 캐릭터들도 모두 소모적이었다만 조정석의 캐릭터는 더 그랬다. 조정석은 연기를 잘하는 배우다. [형]이라는 대망작에서 조차 연기는 봐줄만했다. 그런데 여기서는 연기를 못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뻔한 검사 클리셰를 연기하는데 카리스마가 안 느껴진다. 범죄자 송강호를 잡는 중요한 역할이었음에도 그냥 센 척하는 느낌이 들었다.  좀 더 무겁고 진지한 발성과 연기를 개발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총평을 하면 송강호 연기만 믿고 관객의 집중력을 흐트러지게 만든 산만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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