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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 Jan 05. 2017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인류의 풀 수 없는 문제 '썸'

 어떤 커플들에게는 소위 '심쿵포인트'라는 사랑에 빠지는 시기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또 다른 커플들은 포인트 없이 정말 친한 친구에서 연인으로 관계가 발전한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넘어가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끊임없이 만나고, 영화도 보고, 밥도 먹으며 거의 연인과 흡사하지만 공식적으로 연인은 아니다. 누군가는 공식적인 게 뭐가 필요하냐고 하겠지만(500일의 썸머에서 썸머는 그렇게 말하겠지만), 친구에서 연인이 되려면 공식적인 시점은 분명히 필요하다. 그걸 넘어야 하는 계단이 참 오묘한데 그걸 우리는 썸이라고 부른다.


 이 영화의 많은 부분은 썸타는 시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해리와 샐리는 썸을 탄다. 친구 같다가도 연인 같기도 하다. 그들도, 보는 관객도 헷갈린다. 관객도 함께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해리와 샐리에게 각자 연인(혹은 배우자)이 생기면 마음 아프다가 헤어지고 다시 서로 썸을 타면 또 기대하게 된다. 이 오묘한 심리를 잘 표현했다.

싸우는 것 같지만 싸우는 거 맞다


 상당히 코믹하고 시종일관 즐겁다. 빌리 크리스탈과 맥 라이언의 호흡이 상당히 좋다. 둘 다 빠른 대사를 쉼 없이 치는데 그 핑퐁을 따라가느라 관객은 더 집중하게 되고 몰입한다. 조연도 이런 빠른 대화에 합류하면서 더 재밌는 장면을 많이 연출하는데, 마리와 제스 부부에게 침대에서 전화를 거는 장면에서 빠른 대화의 묘미가 가장 잘 드러난다.

서로의 친구를 소개해주는데 그들끼리 눈이 맞는 이 설정은 미쳤다



 찾아보니 1989년 작품이다. 그래서 영상의 화질이나 헤어스타일은 좀 예스러운데 신기한 건 패션은 세련됐다. 돌고 도는 패션 유행을 엿볼 수 있다(패션 알지도 못하면서).

전혀 촌스럽지 않다

또 영상의 화질이 아닌 각도나 움직임도 전혀 촌스럽지 않았다. 약간 떨어지는 화질이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마저 준다. 이 때문인지 연말에 잘 어울린다. 게다가 둘의 대화 내용 중 많은 부분은 믿기 어렵게도 '섹스'이다. 해리는 물론 샐리도 이 주제로 이야기하는 것에 스스럼이 없다. 시대를 초월하여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주제를 적절히 선정했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았던 것은 중간중간 등장하는 인터뷰이다. 인터뷰는 시간을 스킵할 때마다 등장하는데 이를 통해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엔 영화를 멋지게 마무리해준다.

색감도 예쁘다


 결론은 "재개봉에는 이유가 있다"이다. 명작이라는 말이다. 겨울을 조금 더 따뜻하게 해주는 좋은 영화이다. 친구에서 연인이 된 커플에게는 다시 설렘을 안겨주고, 아직 연인은 아니지만 곧 그렇게 될 것 같은 친구에게는 조금 더 싱숭생숭한 마음을 안겨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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