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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 Aug 23. 2019

[기생충]

한국인으로 태어나서 좋았다고 생각이 들게 만들어준 영화


기생충은 감독이 처음부터 국제무대를 상정하고 만들어서 그런지 국적을 불문하고 대부분 이해할 수 있을만한 영화다. 하지만 한국에서 자란 사람들만 공감할 수 있는 소재나 대사, 배경들이 있었더랬다. 나는 기생충에 등장하는 상징, 해석이나 리뷰 같은 건 별로 하고 싶지 않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해석이 여기저기에 널려있는 데다 너무 “명징하게 직조”해낸 작품에 굳이 덧붙일 말도 없다. 그래서 그냥 한국인이라서 더 와 닿았던 점들을 이야기해보고 싶다.

일단은 냄새다. 이선균이 냄새라고 했을 때, 후반부에 지하철 냄새라고 했을 때 한국의 1호선 냄새가 떠올랐다. 물론 다른 나라들도 지하철은 도시에서 생활하는 서민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일 것이고, 그래서 유니버설 하게 공감이 되는 소재였을지도 모르겠다만 그럼에도 봉 감독이 의도한 ‘그 지하철 냄새’는 한국의 그것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그 냄새가 코 속에 들어왔다.

다음으로 수석. 집에 둬봤자 별 의미도 없고, 미관상 예쁘지도 않고, 우릴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 줄 수는 당연히 없는 수석들이 왜 그리들 집집마다 있었는지. 수석을 안고 있는 기우의 모습에서 집집마다 고이 모시고 닦아주는 서민들의 모습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달동네. 달동네는 정말 한국 고유의 느낌을 물씬 풍겼다. 그런데 현실과 조금 다른 부분이 있었다. 한국의 달동네들은 주로 산 위에 있다. 영화에서는 세트장을 설치했다고 들었는데, 수직적인 구도를 사용하려고 했다는 점에서는 이해할 수준이었다. 전에 자취하던 집은 사당에서 낙성대로 넘어가는 언덕 꼭대기에 있었는데 기우가 비 오는 날 집으로 내려갈 때, 언덕을 헥헥거리며 오르던 내 모습을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수능’을 여러 번 본 기우, ‘대만 카스테라’를 하다 망한 기택, ‘하객 알바’를 했던 기정, 메달도 땄던 실력 있는 선수였지만 결혼 후 결국 ‘집안일’을 하고 가정부 일을 하는 충숙. 옆 집 와이파이를 훔쳐 쓰는 이 가족의 소개만 봐도 한국인이라면 어떤 가정인지 그 역사가 그려진다.

온갖 헐리우드 영화 속에서 늘 소외감을 느꼈던 한국인들이 드디어 어디 가서 조금 아는 척할 기회가 생긴 것이 기뻐서 주저리주저리 써봤다.

총평은 “2017년부터 쭉 죽을 쑤며 이렇다 할 명작이 없던 중에 한국 영화판을 구원하려 등장한 봉 감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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