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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 Oct 17. 2019

[러브, 로지]

흔들리지 않고는 피울 수 없는 것.

오래된 클래식 영화부터 현대 영화까지, 친구 사이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관계의 심리를 묘사한 영화는 수천 편은 될 것이다. 이렇게 뻔하디 뻔함에도 여전히 친구와 연인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관계는 인류를 통틀어 설레는 주제인가 보다. 치트키를 치면 게임이 쉬워지지만 재미는 없어지듯이, 썸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영화를 만드는 것은 쉬운 길이다. 치트키를 쓰고도 게임을 재미있게 하는 방법은 주로 이긴다는 결과에 집중하지 않고, 다양한 게임의 요소를 즐기는 것이다.

영화는 영화가 제공할 할 수 있는 모든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영상, 특히 조명과 색감이 뛰어나고, 배우들의 외모도 뛰어나다. 그리고 음악도 이보다 더 적절할 수 없다. 어릴 때 오래도록 들었던 Lily Allen의 Littlest Things이 나오는 장면에선, 로맨스 영화인데도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지금은 이 영화의 음악 앨범을 구매하는 걸 고민하고 있다.

영화가 개연성이 없다거나 고구마, 혹은 발암이라는 평이 많다. 이런 평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순 있지만 공감할 수는 없다. 나는 이렇게 단순하게 평하기엔 과한 면이 있다고 느꼈다. 주인공들이 용기를 내지 못하는 장면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왜 저러는 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그 관계가 너무나도 소중한 거다. 옆에 있는 이 친구를 많이 사랑하고, 지금 이 관계만도 나에게 분에 넘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감히 관계를 흔들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멀어 보이는 로지와 알렉스의 입술 사이의 거리가 멀어졌다가 좁혀졌다 하지 않았다면, 그들이 피운 꽃이 이토록 빛날 수 있었을까. 함께 영화를 본 분과 나도 친구였던 시절이 길었고, 엇갈리기도 했기에 이런 영화는 늘 나를 멀리까지 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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