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넌 비치에서 친구의 집
당신의 생일. 그리고 포틀랜드 여행 2일 차. 아이엠샘의 샘이 강박적으로 수요일 아침에는 아이홉에서 먹는다고 할 때부터 먹어보고 싶던 아이홉에서 먹었다. 아이홉은 60세 이상의 어른에게 할인 메뉴를 제공하기도 했고, 그런 어른들을 서버로 많이 고용한 듯했다. 팬케이크, 오믈렛, 해시브라운. 그리고 커피 한 잔까지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둘째 날을 힘차게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
포틀랜드로 본격적으로 향하기 전 캐넌 비치로 향했다. 가는 길이 멀길래 스타벅스에 들러서 카페인도 충전했다. 그렇게 도착한 캐넌 비치는 앞으로 여행 일정을 다 취소하고 그냥 한없이 있고 싶을 만큼 좋았다. 서핑하는 사람들과 해변에 누워 태닝을 즐기는 사람들, 가족들, 반려견과 산책하는 사람들이 너희도 이 중 하나가 되라고 말하듯 했다. 우리도 낚시 의자를 들고 올까 열 번쯤 고민한 후에 결국 가야 할 먼 길을 떠올리며 돌아섰다.
우리가 아쉬운 걸음을 뗀 이유는 바로 토요일에만 열린다는 마켓 때문이다. 오후 5시에 닫는다고 해서 두 시간쯤을 빠르게 달렸다. 포틀랜드 진입해서 주차장 건물에 주차를 하고 나왔다. 이 생각 없는 주차가 나중에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몰랐다. 어쨌든 우리는 내려서 포틀랜드의 힙한 공기를 마셨다. 그리고 한강이 떠오르는 윌래밋 강변을 따라 걸었다. 이제는 한국에도 흔하지만 공유 킥보드와 자전거가 여기저기 늘어져 있는 것마저 힙해 보였다.
조금 걷다 보니 플리마켓이 나왔다. 여러 플리마켓에 가봤지만 사람들의 예술성과 창의성은 가장 뛰어났던 것 같다. 흔한 액세서리들도 디테일이 돋보이는 게 많았다.
우리는 몇 가지 인테리어 소품들과 우리에게 침대를 제공해줄 친구를 위해 꽃을 샀다.
그리고 푸드트럭의 원조인 포틀랜드이니만큼 마켓에 죽 늘어서 있는 푸드트럭에서 무언가를 먹을까 싶었는데, 마땅히 먹고 싶은 메뉴가 없어서 근처 일식당에 갔다. 얼큰한 국물이 먹고 싶어서 라멘 하나와 밥, 가라아게를 시켰다. 라멘에 유자가 들었다기에 조금 의아했지만 큰 거부감 없이 술술 잘 들어갔다. 나름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이라는 티가 나는 식당이었다.
아이홉에서 아침을 먹고 쭉 먹은 게 없는데도 일식당에서 저렇게 자제한 것은 바로 옆에 있는 부두 도넛에서 도넛을 먹기 위해서였다. 포틀랜더 친구가 맛은 별 거 없다고 해서 거의 기대를 접고 갔고, 정말 별 거 없었다. 그냥 신기하게 생긴 도넛 정도. 평소에는 1시간도 기다릴 만큼 줄이 길다는데, 나는 많이 기다리진 않아서 그렇게까지 억울할 정도는 아니었다.
조금씩 어스름이 내리고 있기에 더 무리하진 않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주차장 위치가 기억이 나지 않고, 주변에 노숙인들이 풍기는 냄새와 허공에 내뱉는 혼잣말 때문에 패닉에 빠졌다. 우리 손엔 꽃다발이 들려있었고, 동양인인데다가, 길도 몰라서 스마트폰을 손에 꼭 쥐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위험하진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당시엔 그 불안함은 내 의지로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주차권 뒷면에 쓰인 이름을 구글맵스에 검색하고, 여기가 제발 맞길 바라며 긴장된 한걸음을 뗐다.
다행히 그 주차장에는 우리 차가 얌전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기진맥진해서, 이제 그만 친구네 집에 가자는 데에 동의했다. 친구네 집은 다운타운에서 10분 남짓 거리였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우릴 반겨주었고, 피곤하다는 사실은 금새 잊고 두런두런 한참을 이야기하다 잠들었다.
캐나다에서의 일상과 여행 이야기를 쓰는 매거진입니다. 정보성 글도 아니고, 스마트폰에 남아 있는 일기를 조금 수정해서 올리는 형식으로 쓸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