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의 중요성

작은회사 VS 큰회사

by talkaboutsth

경력을 어디에서 시작할 것인가.

입사도 상대적으로 쉽고 내 가능성을 펼칠 수 있어보이는 작은 회사냐,

오랜 준비가 필요하지만 안정적이고 번듯한 큰 회사냐


많은 이들이 나와 비슷한 처지에서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다.

당장 취직은 해야하는데, 작은회사를 가는게 정말 괜찮을까?

아니면 조금 더 절치부심 해서 큰 회사에 도전해야 할까?



나는 경력을 아주 작은 회사에서 시작했다.

직원이 10명 남짓 되는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였다.


이 회사에서 경력을 시작한 이유는 여러가지였다.

준비하던 일이 꼬이면서 뜻대로 풀리지 않았고,

집안사정상 따로 취업준비할 시간 없이 바로 일자리가 필요했다.

또 따지고 보면 내 전공과 맞닿으면서도 재미있어보이는 일이었다.


이후 직장생활을 이어가며, 또한 몇 번의 이직을 하며

이 때의 결정을 곱씹고, 또 곱씹어본 나의 결론은 '좀 더 신중한 결정을 했어야 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별 생각 없이, 떠밀리듯 작은 회사에서 시작한 경력은

이후 10년간 내 발목에 족쇄가 되어 따라다녔다.


내가 생각하는 '작은 회사에서 시작하는 경력'의 장점은 이렇다.


첫째, 우선 재미있다. 물론 모든 회사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일반적으로 작은 회사는 힘든 대신 재미있다.

직원들이 몇 되지 않기에 서로 친하지 않을 수가 없다.

회사에서 나의 역할도 분명하다. 내가 하는 일이 바로 결과로 보이기때문에 성취감도 크다.

또한 이런 작은 회사들은 일반적으로 처우가 매우 부실하기때문에,

회사의 제도나 문화로 이를 상쇄하려는 노력이 강하다.

직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요소가 많고, 직원들의 목소리도 매우 적극적으로 반영된다.


둘째, 큰 회사라면 신입에게 결코 맡기지 않을 일들을 빠르게 해볼 수 있다.

나같은 경우 입사한지 1년만에 콘텐츠 제작 PM(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했다.

중견회사만 되어도 최소 5년 이상은 되어야 맡을 수 있는 역할이다. 사실 말도 안되는 일이다.

게다가 대본작업, 앱 기획, LMS 기획, 동화 각색 등 경계 없이 별별 일을 다 경험할 수 있었다.

물론 당사자는 죽도록 힘들다. 하지만 여기서 기회를 잡고 잘 해나가면 본인 실력이 엄청나게 성장할 수 있다.

특히 어떤 일이든 주어졌을때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는 능력이 늘어난다.

이에 대해서는 차후에 자세히 쓸 기회가 있을것이다.


아무튼 이런 경험은 경력 내내 빛을 발한다.

나같은 경우 이후 몇 번의 이직을 통해 점점 큰 회사로 옮겨갔을 때,

똑같은 문제도 나와 비슷한 직급 혹은 그 이상의 선배들보다 내가 더 수월하게 해결해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 경력이 말도 안되게 잘 풀린 계기도, 초기에 이런 트레이닝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어느 회사든 리더들은 '일을 할 줄 아는' 직원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당연히 처우나 대우도 따라오게 되어있다.


하지만 작은 회사는 이런 모든 장점을 상쇄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엄청나게 짠 급여'


이건 그 회사를 다닐때도 벌이가 작아 쪼들린다는 문제가 있지만,

더 큰 문제는 경력을 계속 이어갈 때 최초 연봉이 이후 나의 모든 연봉을 결정하는 베이스가 된다는 데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의 우여곡절 이직 연대기도, 결국은 이 '박봉'을 극복하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의 과정이었다.

하지만 어느 회사를 가든 결국 나의 연봉은 그 회사의 평균 이상을 넘기가 쉽지 않았다.

태생적으로 심하게 낮은 시작점을 성과로 극복하는건 참 어려운 일이라는걸 매번 느낀다.



이런 연유로 나는 후배들에게

"작은 회사도 좋지만, 가능하면 어느 정도는 규모와 프로세스를 갖춘 회사에서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다.


분명 작은 회사들도 장점이 있지만,

그건 큰 회사에서도 충족될 수 있거니와, 상황에 따라서는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회사다니는 재미, 동료들과의 즐거운 관계는 경력 관점에서 볼때에는 그렇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또한 충분한 트레이닝 없이 너무 다양한 업무를, 그것도 너무 빠르게 맡았을 때의 부작용을 수 없이 보아왔다.


무엇보다 작은 회사 출신이라는 태생, 그리고 그때 결정되는 내 인생의 연봉 시작점은

적어도 내가 겪어온 10년 경력동안 꼬리표처럼 나를 따라다녔고,

이후 이직한 모든 직장에서 경력과 연봉 산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왔다.


만약 지금 경력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면,

차라리 지금 1, 2년 더 투자해서 조금 더 나은 환경의 직장을 잡으라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그 1, 2년이 앞으로의 10년, 20년을 좌우할 수 있기에.


그리고 내가 10년을 노력해서 옮겨온 회사가 첫 직장인 후배들이

좋은 처우, 잘 갖춰진 프로세스, 그리고 '자랑스러운 회사의 일원'이라는 자긍심을

이미 사회 초입부터 누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현재 나의 결론은

'조금 느리더라도 가능한 큰 회사를 택하는 것이 좋겠다'에 방점이 찍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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