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한번 깜빡였을 뿐인데
어디까지 읽었는지 몰라서
다시 첫 문장으로 돌아간다.
그러기를 세 번째.
책갈피를 찾는다.
무언가 끊임없이 해야 할 것 같은 무게감이 나를 감싸고 있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다고, 이렇게 있을 수만은 없다고 내가 나에게 속삭인다.
‘그럼, 책을 읽어보자.'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발견한다면 나는 원래대로 (원래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이 아닌 상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무릎 위에 책을 펴놓고, 피곤함을 눈에 이고 잘까말까를 수십 번이고 반복하며 한 줄 한 줄 읽어내려가다 끝내 눈물을 머금은 하품과 마음에 드는 문장 한 줄을 얻었다.
결국 오늘의 생산활동은 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