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대

by 지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스스로에게 점점 관대해진다.


습관에 관대해지고,

편집에 관대해지고,

편식에 관대해진다.


나를 길들인 많은 것들에

관대해진다.






'나이가 들수록~'이라고 운을 띄우며 말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러면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넌 아직 젊잖아.'하며 내 말을 받아친다. 내가 나이가 많다는 게 아니라 어쨌든 나도 1살부터 이 나이까지 먹어 온 거니까 '나이가 들수록~'이라면서 새로 깨달은 점을 말하고 싶었던 건데 말이다 ….

나는 나 스스로에게 정한 규칙이 많았다. 그 시작이 언제인지는 모른다. 아침은 꼭 먹어야 하고, 옷은 꼭 다려 입어야 하고, 책을 읽는 동안에 겉표지는 꼭 따로 보관해야 하는 일들은 그냥 내 삶의 방식이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꼭 안 그래도 되겠다 싶은 일들이 늘어난다. 예전 같으면 손사래 치던 못 먹는 음식은 안 먹는 음식으로 바뀌어 먹게 되면 그냥 먹고, 줄과 열이 흐트러지는 꼴을 못 보던 나는 불규칙한 패턴에 곧 잘 익숙해지기도 한다. 이렇게 하루하루 나를 길들여 오던 많은 것들에 관대해진다. 나도 모르는 사이 타이트하게 꽉 묶어두었던 끈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느슨하게 조절을 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