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극의 본질과 책임감.
공연을 보기 시작하고 약 1년 동안은 나의 시간 대부분을 관극에 내어줬다. 얼마 만에 찾아온 불꽃인지.
반가운 마음에 다른 일을 다 제쳐두고 늘 극장으로 달려가곤 했었다.
극장이 내게 주는 안락함이 좋았고, 공연 안에서 찾아내는 세상이 새로웠고, 그들의 삶을 함께 살아보는 것이 벅찼다.
몸이 아파도, 내 마음에 무언가 들어갈 여유가 없어도. 공연을 보고 나오면 행복해질 것이라 세뇌하며. 이것이 결국 강박을 향해 가고 있음을 모른 채.
무언가 잘못되고 있음을 알아차린 건, 내가 공연을 능동적으로 보고 있음을 인지한 순간부터였다.
내가 공연을 사랑했던 건, 내가 굳이 어떤 자세를 취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 무언가를 찾으려고 애쓰거나, 억지로 감정을 느끼려 하지 않아도.
그저 어떤 것이든 받아들이겠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앉아 있는 내게 새로운 세상과 삶이 가감 없이 펼쳐지는 순간. 그때 느껴지는 순수한 정동과 감각들.
그러나 나는 점점 나의 시작과, 그 본질과 멀어져 갔다.
대사 하나하나에, 무대 위의 자그마한 행위들에, 묵직하게 내려앉은 공기의 분위기에. 그 무엇에도 전혀 집중을 하지 못한 채.
내가 느껴야 할 것들, 내가 새로 알아야 할 것들이 무엇이 있나. 이 작품에 대해서는 어떤 말을 해야만 할까.
오직 이 생각들로 점철된 관극이었다.
그렇게 ‘관극’ 자체가 내게 의무가 되었고. 새로 올라오는 모든 극들을 보러 가지 못함에 한탄했다.
내가 모르는 세상이 어디에선가 발생했다는 사실에 견디지 못하며.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초조함. 모든 세상을, 최대한의 삶을 알아야 할 것만 같은 압박감에 휩싸이며.
그러니까 나는 내 중심을 잃어버렸다. 또다시 겉보임의 행위들에 집착하며.
내가 공연을 통해, 순간의 예술을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곳을 까마득히 잊은 채.
시간이 꽤나 흐른 지금도, 나는 여전히 같은 불안함과 초조함을 맞닥뜨리곤 한다.
이 작품에 대해 어떤 단어라도 내뱉어야 할 것만 같은. 내가 보러 가지 못한 공연이 혹여나 내게 필요했을 공연이진 않을까 하는.
아니라고,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고 나를 무수히 달래 보아도. 마음이 가라앉기에는 무던한 시간이 필요한 일을 나는 늘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