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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아간다는 것(1)

삶의 모양에 대해-뮤지컬 <이프덴>

by 소소담

오늘은 뮤지컬 <이프덴>을 통해 삶을 살아가는 방식, 특히 삶의 모양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가에 대해 한 번 고민해보려 합니다.


1. 뮤지컬 <이프덴>의 줄거리

우선 뮤지컬 <이프덴>은 뉴욕의 한 도시계획가 '엘리자베스'라는 인물이 어떤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내가 만약 그때 이런 선택을 했다면'에 대한 결과를 보여주는 극입니다. 친구 '케이트'를 따라 밴드 공연을 보러 간 엘리자베스는 '리즈'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조쉬'라는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됩니다. 반면 대학원 동창인 '루카스'를 따라 시위를 나간 엘리자베스는 '베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우연한 계기로 도시계획국의 부국장이 되어 살아갑니다. 그렇게 '리즈'의 삶은 사랑을 중심으로, '베스'의 삶은 커리어를 중심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그녀의 선택에 따라 그녀의 주변 인물들의 삶도 달라지게 되는데, 어떤 인물들은 큰 영향을 받는가 하면 어떤 인물들은 그리 큰 영향을 받지 않기도 합니다. 그 모든 삶을 보여주는 이 공연은 한마디로 여러 사람들의 삶의 양상을 보여주는 극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뮤지컬 <이프덴>을 통해 느낀 삶의 모양에 대해

극 중에서 주인공 엘리자베스와 그녀의 주변 인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그들의 선택과 그 결과를 보고 있자면 '과연 삶을 살아간다는 게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들게 됩니다. 우리는 우리 삶을 계획하고 살아간다고 하지만 사실은 순간들에 그저 내맡겨지는 것일 뿐이다라는 것이 확 와닿으니까요. 휘몰아치는 순간과 흘러가는 시간들 속에서 그것들을 담담히 맞이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삶을 살아간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모양은 무엇으로 결정될까'라는 질문이 잇따라 찾아왔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 저는 순간의 느낌, 감정이라고 답해볼까 합니다. 그 사람의 행동이나 커리어 같은 외적인 부분이 차지하는 비율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결정적인 것은 삶의 순간들에서 ‘느껴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는 수많은 선택들을 하고 그 후를 관장하고 계획하기보다는 눈이 가리어진 채 예측과 상상 정도만 하며 살아갈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일들을 계속 마주하고 뜻하지 않은 길을 가게 되기도 하죠. 내 삶에 어떤 순간들이 도래할지 모르기 때문에 말이에요. 어떤 ‘결과’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우리는 닥쳐오는 순간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감각하고 느낄 것인지에 대해서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프덴>에서의 ‘리즈’와 ‘베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한 번의 선택으로 닥쳐오는 수많은 순간들을 예측하고 선택할 수는 없지만 도시계획국의 부국장으로서, 한 가정의 아내와 엄마로서 어떤 신념으로 살아갈지, 그 과정에서 어떤 것들로 자신의 생을 채워 나갈지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의 순간을 같이 느끼고 감각한 우리는 그들의 삶에 대해 함부로 우위를 가르고 재단할 수 없습니다. 단순히 보이는 것들로 그들의 삶을 판단하기에 우리는 그들의 순간을 같이 느껴버렸으니까요. '리즈'와 '베스'의 삶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의 삶에 대해서 함부로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 사람이 어떤 것들을 느끼고 감각하며 살아가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죠. 단풍나무는 잎사귀가 빨갛게 물들었을 때가 아름답듯, 각자의 삶에는 각자가 정한 삶의 가치에 어울리는 삶의 모양이 모두 다르니까요. 그렇게 다양한 삶의 모양을 우리는 판단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살아간다는 건 그냥 그 순간들을 누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불가피한 운명들에 끊임없이 휘둘리고 휩싸임에도 우리의 삶과 순간들은 여전히 우리의 것이지 않나 싶습니다. 운명이 결코 삶의 모양을 결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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