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고 왜 그걸 골랐는지 아이에게 설명하는 편지를 써라
내가 증손자를 볼 나이가 되면 지금보다는 더 지혜롭고 현명해지길 바라며 감히 이 글을 써본다.
나는 물건보단 내 손을 잡아보라고 하며 이 손의 온기를 잊지 말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사람과 사람이 손을 맞잡고 나눌 수 있는 그것. 넓은 범위의 사랑.
너희 부모님은 네가 이 세상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고 행복하게 사람들과 어울리며 즐기며 잘 살아가길 바라며 키웠다. 그렇기에 강하게 훈육도 했고, 네 마음을 아프게도 했을 거다. 엄마 아빠는 본인의 모든 열정과 따뜻한 마음을 너에게 다 내어주었다. 너에게 바라지도 않고, 그저 다 내어준 것이다. 힘든 건 덜 겪게 하고, 조금이라도 몸과 마음이 다칠까 싶어 늘 노심초사하며 애지중지 키웠다.
이제 네가 받은 그 온기를 너의 생에 고비고비마다 네 옆을 지켜주고 세워준 사람들에게 내어주길 바란다. 그래서 네가 그랬던 것처럼 너를 통해 다시 일어나는 누군가의 모습을 보며 감동하고 뿌듯하길 바란다. 무엇보다 누군가의 행동과 말 한마디가 따뜻함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현명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세상에 조금이나마 온기를 나눈다는 신념을 갖고 인생의 목표를 만들고 나아가길 바란다. 하지만 그것도 참 어려운 일이란다. 가끔 온기를 잊었다고 자책하지는 말아라. 나도 그것을 지키지 못한 적이 많단다. 온기를 다시 기억하고 돌아가면 된단다.
내 손에서 따뜻함을 느꼈니..?
내가 너의 부모에게 그리고 너의 부모가 너에게 전해준 온기란다. 너는 언제나 무한대로 우리에게 와서 그 온기를 충전할 수 있단다. 세상의 차가움에 질려버렸을 때, 지쳐버렸을 때 오늘 잡았던 내 손의 온기가 기억나 너를 녹일 수 있기를, 그리고 누군가에게 그 온기를 주기 위해 너도 온기를 늘 지니고 다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네가 사는 세상이 내가 살던 세상보다 더 어렵고 난해하고 이기적인 곳이 되어 어른으로써 너무 미안하다. 늘 온기를 가지려 노력하고 사람들과 나누며 살라는 어찌 보면 실체가 없는 것을 마지막으로 물려주어 그것도 미안하다. 그럼에도 어떤 세상이고 어떤 환경이든 오늘 내가 준 이 온기를 정말 잊지 말길 바란다. 그걸 지킨다는 것 자체가 너에겐 내일을 살아갈 힘이 될 것이고, 네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더 큰 온기로 받을 것이다. 내 나이의 노인이 주인공이었던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의 대사를 마지막으로 이 글을 마무리 하마.
"성공과 실패보단 얼마나 사랑하고 살았는가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