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한문처럼 상형문자가 아님에도 그 단어가 뜻하는 그림으로 변환하는 것이 영어나 한문에 비해서 쉽습니다. 물론 제가 한글을 쓰는 한국 사람이니까 더 친숙해서 그런 것 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영어의 경우는 알파벳이 일렬로 늘어서야 단어의 뜻이 읽히므로 형상을 만들기에는 편하지 않습니다. 한글의 형상은 우리 전통 문살을 닮기도 했지만 과학적으로 발성 기관의 형상을 본떠서 만들었다고 하니 그 오묘함에 놀랄 뿐입니다.
훈민정음
세종대왕님이 약 500년 후에 한글을 가지고 이런 장난?을 치고 있는 백성이 나타난 걸 아신다면 좋아하실지 모르겠네요.
한글의 진정한 위대함은 생김새나 원리를 떠나 그 창제의 배경과 취지에 있습니다.
모두가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을 훈민정음 서문에도 그 뜻은 잘 나와 있습니다. 쓰고 있는 모국어와 문자가 전혀 달라 익히기가 쉽지 않으니 책이나 문자로 된 정보를 소수만 누리고 있던 그 시대를 상상해보면 얼마나 소통이 어려운 세상이었을지 상상이 됩니다. 어려운 한문을 생업에 바쁜 백성들이 배우기도 어려웠겠지만 그것을 더 어렵게 만든 것은 집권층의 특권의식이었을 거라는 것은 기득권자들의 생리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현재의 우리들도 쉽게 공감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익숙한 장면, 대신들이 머리를 조아리고 앉아서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하며 무수한 반대를 했을 거라는 상상이 쉽게 됩니다. 현재나 과거나 가진 자들의 이기심이 너무도 깊이 똬리를 틀고 있는 이 땅에서 한글 같은 민중을 위한 발명품이 나오다니 역사를 통해 가장 큰 희망을 심어 준 셈입니다. 그것은 아마도 세종대왕이 '왕'이었기에 가능했던 커다란 개혁이었지 않았을까요?
단 한 명의 현명하고 의로운 지도자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는 다름 아닌 한글에서 나타납니다.
시류에 편승하고 현재에 안주하며 가진 자들과 힘 있는 자들에게만 동조하는 지도자는 절대 한글 같은 위대한 역사를 만들 수 없습니다. 21C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의해 모든 개인이 정보의 소비뿐만 아니라 생산도 하는 이 시대에 만약 우리가 아직도 그 어려운 한문을 쓰고 있었다면 어찌 되었을지 상상이 안됩니다.
우리는 한때 인터넷 강국이라는 소릴 듣던 나라입니다. 그 배경에는 배우고 쓰고 읽기 쉬운 한글의 든든한 지원이 분명히 있었을 것입니다. 저는 정보의 시대야 말로 한국이 맘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이 온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왜 기대와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다시 한번 단 한 명의 지도자의 중요성을 떠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