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
전에 영어 Friend와 가장 가까운 뜻의 한국말이 뭘까 고민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친구'라고 알고 있죠. 그러나 친한 외국인 하고는 나이가 꽤 차이나도 Friend라는 말이 스스럼없이 나오지만 우리 한국에선 아무리 친하다 해도 한두 살 차이 나는 선 후배에게는 친구라는 표현을 쓰지 않으니 그 관계를 외국인에게 설명하려니까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우리에게는 나이와 상관없이 친밀한 관계를 뜻하는 영어의 Friend 라는 말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며칠 전에 26년 지기 친구들과 오랜만에 회동하고 '벗'이라는 그림을 그리게 됐습니다. 혹시 이 벗이야 말로 Friend 에 가까운 표현이 아닌가 하고 사전을 뒤져봤는데 사전적 의미는 '친구'와 별반 차이 없었습니다.'벗 - 비슷한 또래로서 서로 친하게 사귀는 사람'
또 다른 단어는 '동무'가 있었습니다. '동무 - 마음이 서로 통하여 가깝게 사귀는 사람' 유일하게 양대 포털사이트 사전 모두 나이 연관 없는 뜻을 담았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에게 이제 '동무'는 북한의 선입관을 지울 수 없는 단어가 되어 있습니다. (아 이런...)
좋은 우리말을 잃은 기분입니다. 그러나 언젠가 다시 바르게 쓰일 날이 꼭 오리라 믿어 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