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입술

by 다자녀 디자이너

그래 그랬던 시절이 있었지

더운 풀내음이 땀내에 섞여 그리움이 사무치면

마로니에 공원 한쪽 구석에선 기타를 치고


남방의 옷깃에 단추를 두어 개쯤 풀고

어질러진 긴 머리엔 다시 또

향수와 담배 냄새가 섞여


시끄럽고 지루하지 않은

날 벌레도 요동치던 그곳엔

옷 색깔과 같은 분홍 립스틱을 바른


그곳이 커졌다 작아졌다

무슨인지 다 이해가 안 되어도

바라보았지


입술 : 글씨그림 #223


바라만 보아도

덥고 축축한 그곳의

여름은 무르익어


닿지도 않은

모든 것이

힘없이 녹아내렸네


keyword
이전 12화PR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