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젠가 이 드라마를 다시 볼 것이다. 나는 반복을 너무 싫어해서 어지간해서는 이런 공표 따윈 할리 없는데 이 드라마는 마지막화가 끝나기 전부터 이 생각을 했다. '다시 보게 될 거 같다.'
언제쯤 다시 봐야 처음 볼 때처럼 또 식구들 눈치도 안 보고 눈물을 질질 흘리며 흠뻑 빠져 볼 수 있을까? 요즘 기억력이 워낙 안 좋아졌으니 생각보다 오래 안 걸릴 것이다.
'나의 해방일지'를 본 지도 한참인데 이제야 '나의 아저씨'리뷰를 올린다니 너무 늦었다.
사실 이 글은 드라마를 보고 바고 SNS에 올렸던 글이었는데 매거진을 정리하다 보니 퍼오게 됐다.
'나의 아저씨'를 너무 감명 깊게 보고 작가를 검색하고 박해영 작가를 좋아하게 됐는데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는 믿음이 아니었다면 '나의 해방일지'의 도입 부분에서 이탈했을 수도 있었을 거 같다. 물론 해방일지도 결국 너무 재미있게 봤다.
한국드라마의 말도 안 되는 설정과 막장을 혐오 수준으로 싫어하고 어찌 보면 이 드라마도 그런 요소는 다 갖춘 셈이라 선입관이 생길 수 있었지만 주위의 평판이란 건 역시 믿을 만한 것이라 믿고 보기 시작했고 특히 건축, 기술사, 대기업 부장 남자 주인공 설정에서 나는 곧 감정이입 없이 빠져나오는 건 불가능했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내 주변 그 어떤 처지의 아저씨들도 다 같이 빠져들었다고 하고 심지어 남녀노소에게 두루 공감하는 드라마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특히 모두 아이유의 연기력에 감탄한다.
이 아이 이지은 (아이유 본명)은 혹시 배우가 되기 위해 가수를 시작한 건 아니었을까?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 대기업의 비정규직 차별을 드러내며 그럴듯한 설정을 갖춘 리얼 드라마 같지만 사실 막장하고 크게 다를 것도 없다. 회장님, 잘 나가는 악인, 불륜, 깡패, 연예인과 영화감독도 나오고 변호사 와이프도 나오고.
와닿을 듯 아닌 듯 어설픈 전문가 연기. (적어도 건축사가 직업인 내 눈엔) 게다가 못된 건 다 갖춘 너무 극단적인 악역들. 우리 일상으로 받아들이기 쉬울만한 게 별로 없는데도 왜 이 드라마는 삶이 녹아들어 있는 인생 휴먼 드라마가 되어 이처럼 감동을 주는 걸까? 도대체 그 차이가 뭐였을까?
밥 한번만 먹고 끝나지 않았겠지
배우의 연기력이 정말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다. 그래도 과연 그게 다 일까?
보는 내내 몰입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시청자를 단단히 붙잡는 요소 중 한 가지는 작가의 뛰어난 네러티브였던 거 같다. 상황이 무엇이든 그 상황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명대사들 그리고 그것을 돋보이게 하던 연출력이 또 다른 차원의 드라마를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