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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글씨그림 #55

by 다자녀 디자이너

얼마 전 막을 내린 브라질 올림픽 골프 종목에서 우리나라 박인비 선수가 금메달을 따서 화제가 됐습니다.

골프는 올림픽 사상 116년 만에 (남자는 112년) 정식 종목으로 다시 채택이 된 것인데 그 당시에도 골프는 귀족이나 할 수 있는 특권층의 운동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골프란 운동이 다시 대중 운동으로 인식되는데 까지 100년이 넘게 걸린 셈이지요.


그런데 여전히 골프는 우리에겐 가깝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제가 골프를 시작하게 된 것은 중동에 파견을 나가게 되면서부터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 저 역시 골프는 저보다 훨씬 잘 사는 사람들이나 즐기는 사치스러운 운동, 자연을 파괴하는 스포츠라고만 생각하고 가까이할 생각이 전혀 없었죠. 그런데 휴일 사막 한 가운데에서 운동 말고는 달리 할 게 없었습니다. 이슬람에서는 술을 금기시합니다. (다 들 아시죠?)

사막골프 - 사우디 주베일


사진에서 보시듯이 사막에서 골프를 칩니다. 저도 세상에 이런 골프장이 있다는 건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손 카트에 인조잔디 매트를 하나씩 넣고 다니면서 페어웨이에 공이 떨어졌을 때 바로 옆에 매트를 놓고 그 위에 공을 올려놓고 칩니다. 퍼팅을 하는 그린은 Putting Green 이 아니고 Putting Brown이라고 부르는데 사진에서 보다시피 진득한 오일과 고운 모래를 섞어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수십 년 전에 미국인들이 만들어 놓은 골프코스라고 하고 요금은 정말 저렴했었습니다.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덥고 낯선 땅에서 외롭게 떨어져 지내는 아버지들에게 골프는 유일한 오락이며 휴식이고 위로였습니다.


골프

벌써 8년 전이네요, 전 한국에 다시 오면 비용 때문에 거의 즐길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스크린 골프라는 게 생겼더군요! 덕분에 충분하진 않지만 실력이 겨우 유지될 정도로는 골프를 아직도 즐기고 있습니다.


골프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은 여전히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특별한 경험 덕에 골프를 알게 됐고 덕분에 중립적인 입장을 갖게 됐습니다. 골프는 참 재미있습니다. 작은 공을 멀리 날려 보낼 때 그 통쾌함이 있고 전략도 잘 세워야 하고 많이 걸을 수 있는 운동입니다. 5시간 가까이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을 수양해야 한다고도 합니다. 또한 할아버지 아들 손자 남자 여자 이렇게 체격이나 체력이 많이 차이나는 다양한 사람이 경쟁을 하며 함께 즐길 수 있는 운동이기도 합니다.


장타왕 제이미 새들로프스키는 퍼터로 300야드를 날린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골프가 우리나라에서 받는 비판은 골프라는 운동 자체가 다 감수해야 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왜 우리나라에서는 보다 많은 사람이 골프를 즐길 수 없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보다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인식과 제도를 바꾸는 것이 저는 훨씬 나을 거라 생각합니다.



상상해서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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