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 큰 나무의 미혜 Mar 18. 2021

He





 내게 그는 가족보다 더 믿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아이 낳고 생각지도 못한 처음 겪는 일들에 실망했고 우리는 서툴고 거칠게 상처받고 상처를 주었다. 그렇게 다시는 같이 못 살 것처럼 날카로운 말로 서로를 찌르다가 아이들이 점점 크면서 상처투성이가 된 서로를 바라보게 되었다. 얼음보다 차가운 내 말과 행동에 그 사람은 얼마나 아팠을까? 처음 만났을 때 회색 도시 숲의 사슴처럼 홀로 외롭던 그여서 손을 잡았는데 언제부턴가 나는 그를 더 외롭게 몰아세웠다. 작년에 도서관에서 에세이 쓰는 수업을 들으며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시 그림도 그리면서 나는 반쪽뿐인 사람이고 남은 반쪽을 채워주는 사람은 남편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컸으니 다시 그를 보듬어주고 싶다.



‘he’ 작업 노트

 일상은 그럭저럭 그리겠는데 왜인지 동물은 그리기 어렵다. 이번 그림은 선 하나, 면 하나 차근차근 고민하며 그렸다. 매번 다 그리고 나면 부족함부터 보여 아쉽지만, 이 그림을 그리면서 고민이 쌓여 그림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