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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 큰 나무의 미혜 Dec 1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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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 그림책 수업에 매여있는 동안에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그림책만 끝나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지!’라며 스마트폰 노트에 한가득 적어놨는데 막상 그림책이 끝나자 한동안 멍했다. 거기다 이유 모를 우울감에 마음과 몸이 아팠다. 내가 이러면 안 되지 싶어서 조금이라도 움직여보려 애를 썼지만 움직이려 할수록 보이지 않는 깊은 웅덩이에 빨려 들어갔다. ‘작은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내가 지쳤구나.’ 어느 순간 움직이고 생각하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 남편에게 양해를 구하고 나를 그냥 뒀다. 내가 이러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은 내게 잠깐 쉼표를 찍을 순간 같았다. 다행히 동네 모임에서 만난 배려 깊은 친구 덕분에 우울감에서는 벗어났지만 이제 곧 마흔이라 그런지 몸 여기저기 돌아가며 아프다. 조금 미련스러운 엄마라서 (유별스러운 남편도 있고) 쉴 줄 모르지만, 마지막 남은 30대의 마지막은 그나마 쉬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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