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나는 뾰족한 선인장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혼자 쌓아온 마음의 상처가 깊었다. 그래서 마음에 고여 있는 아이들을 끄집어내어 ‘네버랜드의 아이들’을 그렸고 자연스레 마음에 관심을 가졌다. 그런 마음을 아이 낳고 한 몇 년 동안 잊고 살았는데 올해 아이들이 유치원 다니면서 다시 마음공부를 해보고 싶어서 네버랜드의 아이들로 감정을 그려보기로 했다. 감정을 그리기로 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감정이 화였는데 화는 예전부터 그리고 싶었지만 그림으로도, 나라는 사람으로도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이었다. 처음으로 내 안의 화를 보기 위해 마음이 평온할 때마다 제삼자처럼 시간을 되돌려 자신을 바라보니 내게는 부정적인 감정의 시작으로 단순하지만, 그 순간에 풀지 못하면 오랜 시간 복잡하게 쌓여 우울하게 변했다. 하지만 남편처럼 편안한 사람에게 유머를 섞어 잘 풀어내면 오히려 유쾌하고 개운해졌다. 그래서 그리고 싶었나 보다. 순간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해 쌓여가는 마음이 서글퍼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아이를 그리고 싶었다. 나는 내가 낳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처럼 네버랜드의 아이들을 사랑한다. 그만의 세상에서 자신만의 온전한 감정으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아이들을 그리고 싶다.
'화' 작업 노트
고민이 많았다. 거친 날 것의 느낌으로 그리고 싶은데 다듬는 데 익숙해서인지 어떤 색으로 어떻게 그릴지 갈피를 못 잡았다. 한동안 한 장을 그리기 위해 여러 장을 그렸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머리 아프게 고민해도 유머를 섞어 잘 풀어낸 화처럼 유쾌해서 만약에 다시 그림을 일로 하게 된다면 그나마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면 좋아하는 커피 한 잔 들고 책상에 앉아 그림부터 그린다. 아이들이 유치원 가 있는 동안에 집 안 청소하고, 반찬 만들고, 하원 후 아이들과의 놀이까지 준비하면 백 점짜리 엄마겠지만 이것은 아이들이 있어도 할 수 있다는 핑계로 아이들이 있으면 그릴 수 없는 그림부터 그린다. 그러고 보니 전에는 아이들이 옆에 있으면 살림하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있어도 살림을 한다. 언젠가는 함께 있어도 집중해서 작업하는 날이 오겠지? 지금 돌아오지 못할 아이들의 유년과 내 젊은 날도 소중하지만, 일상과 작업이 함께할 우리의 언젠가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