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 큰 나무의 미혜 Nov 06. 2021

욕구

 


 도서관에서 그림책 만드는 수업을 들으며 간절한 세 가지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잘 먹고 싶다, 잘 자고 싶다. 집을 비우고 싶다.’ 그래! 나는 7개월 동안 매일 새벽 1~2시까지 19장의 그림에 허덕이면서 깨끗한 집에서 간절히 잘 쉬고 싶었다! 그래서 어찌어찌 한 곳만 구멍 나게 후벼판 그림책을 끝내자 삼일 정도는 자신에게 강제로 밤에 푹 자게 했고, 매끼 먹고 싶은 음식들을 머릿속에 떠올려 맛을 상상하고 골라 뜨끈한 밥상을 차렸다. 그런데 이렇게 인간의 기본 욕구가 충족되자 마지막 욕구인 집 비우기를 안 했는데 다시 쓰고 그리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내가 그림책을 그리는 동안 집에만 들어오면 여기저기 쌓여있는 물건들에 스트레스받는다며 길길이 날뛰던 남편에게 그림책만 끝나면 싹 다 버리겠다고 큰소리쳤는데 지금의 나는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놓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에세이를 보며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아… 집 치워야 하는데…

에라 모르겠다! 이 글만 쓰고 치우지 뭐!





‘욕구’ 작업 노트

 나도 시대에 발맞춰 아이패드 프로크리에이트로 그림을 그려봤는데 모든 게 낯설어 이럴 거면 종이에 연필로 그리는 게 나을 듯싶다. 익숙함이 마음 편한 사람이라 새로운 변화에 거부감이 드는데 계속 그리면 언젠가 익숙해지겠지 싶지만, 내일이면 마흔인지라 조금만 집중해서 화면을 보면 눈에 눈물이 고여 침침해진다. 삐뚤빼뚤한 선이라도 수작업이 좋은데 어차피 컴퓨터로 후작업 해야 하니깐, 비싼 돈 주고 아이패드도 샀으니깐 익숙해질 때까지 느릿느릿 그려보려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위한 해시 태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