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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 큰 나무의 미혜 Nov 12. 2021

저는 측면이 좀 더 낫습니다

하완



 기승전결 없는 에세이를 읽고 싶었다. 인생의 굴곡도 교훈도 아무 일도 없는 누군가의 일상. 삼삼한 맥주에 짭조름한 감자 과자를 케첩에 콕 찍어 먹으며 그렇게 오늘도 아무 일 없었다는 누군가의 하루를 읽으며 푹 쉬고 싶은 마음 간절했다. 그런데 도서관 책꽂이에 빼곡히 꽂혀있는 에세이마다 찐득한 사연 하나씩 품고 있다. ‘이 책도 아니고, 이 책도 아니고’ 책꽂이에서 순서대로 한 권, 한 권 빠르게 꺼내어 아무 데나 펼쳐 읽었다. 그렇게 에세이가 꽂혀있는 책꽂이만 세 바퀴 돌 때쯤 ‘하완’ 작가님의 ‘저는 측면이 좀 더 낫습니다’를 발견했다. 책의 아무 데나 펼쳐 읽은 글은 경쾌했고 목차마다 그려진 그림은 재치 있었다. 그렇게 내가 원하던 책을 찾았다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는데 하아… 속았다. 이 책 또한 목차마다 인생의 철학이 담겨 있었다. 나도 그렇지만 사람들은 말할 때 자신의 철학을 담아 말하니깐 적어도 이렇게 간절히 쉬고 싶을 때라도 일상에 가벼운 에피소드만 엮은 아무 생각 없는 에세이를 읽고 싶었는데 역시 그런 책이 있을 리 만무했다. (아! 이 책은 절대로 아무런 죄가 없다. 재미있게 읽었고 하완 작가님의 인스타도 팔로우 했다. -_-;;) 내가 원하는 책이 없다는 생각이 들자 나를 위한 삼삼한 맥주 같은 글을 쓸까 싶어졌다. 지금처럼 간절히 푹 쉬고 싶을 날 가볍게 꺼내어 볼 수 있는 오직 나만을 위한 삼삼한 에세이. 하지만 삼삼한 맥주에는 꼭 짭조름한 감자 과자와 케첩 같은 소스가 필요하다. 에고… 나는 글을 잘 쓸 능력도 없지만 짭조름한 감자 과자와 케첩이 곁들어진 밍밍한 맥주 같은 글을 꾸준히 쓸 자신도 없다. 그냥 다시 도서관에 가서 보통의 일상에 조미료를 솔솔 뿌린 책을 찾아봐야겠다.






142p 경험해본 것이 적어 지레 겁을 집어먹고 난 저걸 싫어한다고 단정 짓곤 했다.


239p 커트 코베인은 이렇게 말했다.
“다른 누군가가 되어서 사랑받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미움받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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