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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 큰 나무의 미혜 Aug 30. 2020

나를 위한 해시 태그

김지영







20대 때 자기개발서를 보던 나에게 친한 친구가 "너는 뭐 이런 책을 읽냐?"라고 핀잔을 준 후부터 의식적으로 자기개발서를 보지 않으려고 했었다.

처음 도서관에서 2차, 3차시 특강해주셨던 선생님의 책을 빌려서 봤을 때도, 내가 20대 때 자주 봤던 흔한 자기개발서라고 생각하고서 책장을 슥슥 넘겼는데, 책을 쓰신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며 책장을 넘기니, 내가 지레 짐작했던 것과 다르게 나에게 더 많이 다가왔다. 적어도 전업주부가 되면서 애써 나를 덮어두며 살아가는 나에게는 그랬다.


처음 2차시 수업 때는 애써 덮어두는 나를 갑자기 들추게 되는 것이 서글펐다.

아침에 눈을 뜨면 지금 당장에 쫓겨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나인데, 느긋한 듯이 나를 앉혀두고 나를 생각해야 되는 그 시간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나와 맞지 않는 수업일까? 아이들이 좀 더 크면 해야 할까?'

연일 내리는 여름 비처럼 마음이 장마였다.


하지만 3차시 수업을 들으면서 비 내리는 마음에도 살포시 무지개가 비쳤다.

참 많이 지쳐있었나 보다. 자주 보고 듣던 이야기가 새롭게 와닿는 것을 보면은... 어쩌면 나도 모르게 이런 시간이 간절했기에 글 쓰는 수업을 신청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었다. 선생님과 수업에 참여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르게 생각해보고, 나에 대해서도 생각하며 글로 적어볼수록 그래도 나는 나에 대해서 확실히 알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더 단단하게 다져졌다.


"다시 시작해도 괜찮아, 지금부터 해도 괜찮아"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방안으로 드나드는 아이들에 온전히 집중하기는 어려웠지만, 잠시 귓가를 스치는 말이 참 따뜻했다. 아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두 아이들과 꼭 붙어지내는 중이라서 내 시간이 부족하지만, 점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시도'해서 '나'라는 사람과 가족의 '균형'을 맞추고 싶다.

수업 중 '나는 확실하다!'라고 느낀 후부터 마음속에 있던 깊은 불안이 줄었다. 좋아하는 것을 온전히 하지는 못하지만, 매일 오늘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 내가 원하는 삶으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선 지금은 가족에게 너무 이기적인 엄마라고 느껴지지 않게끔, 이 수업의 마무리를 잘 지을 수 있기만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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