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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 큰 나무의 미혜 Mar 10. 2022

다시, 시작



 시간은 차곡차곡 흘러 벌써 예솔의 초등학교 입학식과 우솔의 유치원 개학일이다. 약 두 달의 방학 동안 외롭고 우울했지만,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을 맞이할 거로 생각하니 배속이 가늘게 떨려온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길 그리고 힘든 일에 유연히 대처하길 기도하게 된다.

 이번 겨울방학은 그 전의 방학처럼 아쉽지는 않다. 어차피 추운 날씨에 전염병(코로나)까지 더해져 활동이 제한적이었다. 다만 엄마인 내가 우울하지 않았더라면 아이들이 집에서라도 달달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까운 마음에 물기 가득한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리고 숨 쉴 구멍 하나 없는 물로 가득 찬 마음에 들어앉는 게 자신에게도 쉬운 일이 아닌데 같이 손잡고 들어가 잠시라도 숨 참고 바라봐준 남편에게 고맙다.

 새로운 환경을 맞이하게 될 아이들처럼 나 역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 아이들이 기관에 가 있는 동안에 들을 수 있는 수업을 찾아서 신청했고 작년에 이어서 하고 싶은 일들을 스마트폰 메모장에 적었다. 올해의 목표는 다시는 ‘우울해지지 않기’다. 그러기 위해서 늘 그랬듯이 스스로가 지워지지 않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려 부단히 애쓸 거다.





작업 노트

 미리 쓴 글에 그림을 그린다고 새로 시작되는 환경을 살피느냐고 아이들이 개학과 입학을 하고서야 마무리 지었다. 이 글을 이미지로 표현할 그림을 그리기 위해 곱씹으면서 어쩌면 나를 가장 먼저 안아줄 사람은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수업을 들으면서 사람들을 의식하라는 말을 듣지만 아무래도 나의 쓰고 그리고 싶은 원천은 보랏빛 물 가득한 마음 같아서 스스로 고인 물을 흘리기 위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자신을 위로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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