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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 큰 나무의 미혜 Jun 29. 2022

어떻게 먹고 사세요?


 생활비가 떨어져 간다. 얼마 전에 남편의 안식년 같다며 좋아하던 나를 쥐구멍에 숨기고 싶어질 정도로 일이 없다. "네가 쓴 글 좋더라. 글과 그림이 같이 있는 책을 만들어보면 어때?" 얼마나 조여왔으면 에세이는 도저히 읽히지 않는다던 남편이 내 블로그의 글까지 찾아서 읽었을까? 오래전부터 그에게 받고 싶던 인정이라 땅바닥에서 발이 붕 떠오르듯 들뜨면서도 왠지 가장이란 지위를 나눠 받는 것 같아서 어깨가 무거워진다.


 "경제 흐름이 그래. 이런저런 이유로 점점 더 어려워질 거야." 매일 밤 남편에게 듣는 기후변화, 전쟁, 인플레이션 등등은 아무리 들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데 금방이라도 사방에 새빨간 경고음이 울릴 것처럼 일상을 위협한다. 예전처럼 남편과 나 단 둘뿐이라면 조금 덜 먹고 덜 쓰면 되겠지만 우리에게는 아이들이 있다. 매달 통장에서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고정지출비가 있고 아이들이 쑥쑥 커갈수록 잔액도 쑥쑥 빠져나간다.


 출산하고 엄마 없이는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는 아이들을 부둥키며 살았을 때는 아이들이 자신의 걸음을 내디디면 나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줄만 알았는데 산 넘어 산이라고 내게는 다음 임무가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만 더 바라던 선을 그려낼 시간이 있으면 싶은데 어느새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돈을 벌까? 집에서 아이만 보던 40대 아줌마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하루에도 몇 통씩 제안해 오는 무엇일지도 모르는 광고를 내 SNS에 올리는 일은 하기 싫은데 보이지 않는 한 치 앞은 어둡기만 하다. "하아, 좋아하는 일로 돈 벌고 싶다!" 남편의 말을 듣는데 나도 모르게 속마음이 터져 나왔다. 내가 그런 호사를 누릴 수 있을까? 당장 보이지 않는 신께 찾아가 지금까지 힘들었으니 이제부터 그런 사치를 누리게 해달라고 떼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다.


 너무 적나라해서 부끄러운 이 글을 나름 멋들어지게 마무리 짓고 싶은데 앞날을 몰라 명쾌하게 끝내지를 못하겠다. 그냥 지금의 최선을 다하자. 이번에도 무엇일지 모르는 최선이지만 내가 할 일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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