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밤. 어둠을 무서워하는 아이가 엄마 품으로 쏙 숨어들며 물었다. "엄마는 언제 죽어?" 유치원 친구들에게 들었는지 '죽음'이라는 단어를 알게 된 아이는 밤마다 부모의 죽음을 걱정했다. "글쎄... 봄에 핀 꽃이 겨울이 되면 시들듯이 엄마도 언젠가 죽겠지? 하지만 네가 성인이 될 때까지는 건강하게 옆에 있을 테니깐 걱정하지 마." 드디어 죽음이란 개념이 생겼구나! 엄마는 기다린 것처럼 언젠가 육아서적에서 봤던 모범답안을 밤이 늦은 줄 모르고 아이와 나눴다. 그날 밤에도 제법 긴 시간 동안 아이는 무엇일지 몰라 막연한 공포를 풀어내고는 한 꺼풀 벗겨내어 가벼워진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물음표가 지나고 풀벌레 소리와 개구리 울음소리, 이름 모를 새소리로 짙어가던 깊은 밤. 엄마는 아이가 남긴 물음표의 꼬리를 물었다. '나는 언제 죽을까? 너에게는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집이고 싶은데 만약 내가 없다면 너는 어느 자리에 발을 뻗어 몸을 누일까?' 우리 집 말괄량이 독재자는 현관문만 나서면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느냐고 초긴장 상태가 된다. 그런 아이의 쉼표는 부모가 있는 집인데 만일 엄마의 자리가 빈다면 어떨지 스치는 생각에도 먹먹해져 할 수가 없었다.
옅은 달빛에 잠든 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줬다. 그리하고는 머리카락이 모두 빠져나가 비워진 손가락을 하나씩 꼽아봤다. 내 나이 50이면 너는 몇일지, 내 나이 60이면 너는 몇일지... 보이지 않는 앞날을 한없이 헤아렸더랬다. 건강해야겠다! 아니, 건강해야만 한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약한 인간이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봐야 한다.
가족이 잠든 나만의 시간. 지치는 마음에 습관처럼 맥주 한 캔 마시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이내 발걸음을 돌려 아이패드를 꺼냈다. '내가 할 수 있는 운동은 무엇이 있을까?' 유튜브에서 간단한 스트레칭을 검색하고는 퉁퉁 불어 굳어진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여봤다. 헛둘헛둘 우드득 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