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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 큰 나무의 미혜 Oct 31. 2023

잊히더라도 잊기 싫은   A



 그래도 살아가기 위해 가득 찼던 눈물이 흘러 갔다. A는 시간에 잊히다가 가끔 떠오르는 정도였다. 약속이 이토록 가볍다니. 기억한다고 해놓고서 이름조차 가물가물해질 무렵. 다시 10월이 되었다. 이제는 눈길조차 가지 않는 핼러윈. 아이들과 다이소에 갔을 때 애써 외면했다. 검은 박쥐, 노란 호박, 길게 늘어진 유령 가랜드, 반짝거리며 유혹하는 핼러윈 장식품 어느 것 하나 집 안에 꾸미기 싫었다. 나는 감당하지 못할 감정을 직면하지 못하는 인간이었다.


 인터넷 창에 하얗게 핀 국화를 봤을 때 오랫동안 클릭하지 못했던 브런치의 글을 찾아보았다. 잊지 않으려 적었던 눈물자국마다 A는 수줍은 꽃처럼 어여뻤다. 장례식장에서 좋게 기억해 달라던 유가족의 말처럼 A는 여전히 배시시 웃고 있었다. 갑자기 1년 전 그날로 되돌아갔다. '저희 다음 주에 뵐까요?' 나는 또 멍청하게 다음을 기약하려고 했다. 보고 싶었다. 글을 읽자 뿌연 화면이 선명해져 A가 바로 옆에 서 있는 듯싶었다. 아직 보고 싶은 글이 있었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매주 같은 요일과 시간에 만나 스스럽게 나누던 마음이 그리웠다.


 선명했던 과거에 눈물이 맺히자 뿌옇게 아득해져 현실로 돌아왔다. 나는 무력하게 바닥에 주저앉아 어린아이처럼 울고 있었다. 잊히더라도 잊기 싫다. A를 닮은 코스모스가 바람의 반짝임을 들으며 하늘하늘 춤추는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기억할 것이다. 길을 걷다 초침처럼 회전하는 자전거 바퀴가 스쳐 지나가면 A가 좋아하는 것이 가득한 곳에서 행복하게 지낸다고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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