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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 큰 나무의 미혜 Aug 22. 2020

My happiness


My happiness / 2020년 / 24×34.5 / Oilpastel On Sketchbook



가끔 쿵 내려앉는 것처럼 느껴지는 나날이 있다.

스스로가 느껴지지 않아서 끝없는 어둠이 되어 부유하는 나를 위해서 내가 행복할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엄마가 되고서 사라져가는 스스로를 붙잡을 유일한 끈은 지워질 것 같은 나에게 선을 내그어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남편이 내게 준 하루에 1~2시간, 그 시간도 무슨 일이 생기거나, 남편의 일이 바쁘면 가질 수 없지만, 코로나로 아이들과 꼭 붙어지내는 요즘에 유일한 나만의 시간이라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엄마가 된 지 5년 차, 이제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예솔과 우솔이라서, 살림과 육아를 벗어난 나만의 시간에도 나는 아이들을 그린다.


엄마인 나는 예솔에게 빵을 너무 많이 먹는다며 그만 먹으라고 잔소리를 하지만, 사실은 빵을 먹으면서 행복해하는 여섯 살 예솔의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네버랜드의 아이들로 남겨두고 싶었다.

흐르지 못하고 머물러 고여버린 나와는 다르게, 아이들은 그때그때 접하는 것에 따라서 좋아하는 것이 달라진다. 

지금이 아이들에게는 금세 잊힐 찰나일지라도, 나에게는 하나하나 붙잡고 싶은 소중한 추억이다.





My happiness sketch


스마트폰 노트 9를 구입한 지 꽤 지난 것 같은데, 이제서야 스마트폰으로 스케치를 해봤다.

나는 종이에 그려지는 연필의 사각거리는 느낌을 좋아하는데, 신기하게 스마트폰으로 그리는데도 얼추 그런 느낌이 났다.

'참... 좋은 세상이구나... 나는 이런 세상을 살아가고 있구나...'

나중에 아이들은 어디에, 어떻게 그림을 그릴지... 괜히 아이들을 바라보게 된다.





오일 파스텔에 스테들러에고소프트 삼각형 색연필이 좋은 것 같아서 구입해서 써봤는데,

왜 이럴까? ㅠ_ㅠ 영~ 아니었다.

결국 예전부터 쓰고 있는 파버카스텔 알버트뒤러 수채색연필로 오일 파스텔 그림을 다듬었다.


오랜만에 네버랜드 아이들을 그리려니 손이 떨렸다.

'내가 어떻게 그렸더라?' 그리 오래도 아닌 것 같은데, 마치 중요하지 않은 듯 잊어버린 나 자신에게 섭섭하기까지 했다.

어디서부터 엉켜버린 걸까? 내 마음 같지 않았다...

나는 머릿속에 미리 완성된 그림을 그려놓고서 그림을 그리는데, 머릿속에 그려놓은 그림과 그리는 그림이 점점 달라지면 기분이 한없이 가라앉는다.

그냥 시간이 생길 때마다 묵묵히 조금씩 그림을 그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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