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도 행복하고, 따로도 행복하다

여보, 우리 오늘 좀 싸울까?-8

by 이하루

"쟤 진짜 이상해."


걸음마를 시작할 때부터, 사람들에게 줄곧 들었던 말이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난 시대를 앞선 트렌드 세터였다. 요즘엔 흔한 풍경이 됐지만, 난 어렸을 때부터 ‘혼자 있는 시간’을 너무나 사랑했다.


초등학생 때는 친구들과 뛰어노는 것보다 혼자 만화책을 보는 게 더 좋았다. 중학생 때는 혼자 등교하고 하교하며, 만나는 길과 나의 기분, 그리고 잡생각에 푹 빠져있었다. 고등학생 때는 혼밥이 주는 풍요로운 여백을 깨달았다. 그리고 대학 때는 ‘혼술’의 철학적 낭만을 배웠고, 직장인이 된 지금은 팀이 아닌 혼자 일을 진행할 때, 더 괜찮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난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좋아했지만, 혼자 있는 시간을 사랑했다. 그래서 사람들을 내게 ‘안 평범하다’라고 했고, 나는 어쩌면 결혼하기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편과의 연애가 좀 희한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게 혼자 있길 좋아하는 내가, 서른이 넘은 나이에, 남자 친구를 거의 매일 만났기 때문이다. 물론 서로의 집이 가까워서 가능했던 일이다. 만약 장거리 연애를 하면서 자주 만나야 했다면, 나 그 연애를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자주 보지 못하면, 매번 두근두근 떨리고, 만남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할 텐데. 나란 사람은 자주 두근거리기에는, 카페인 중독으로 심장이 약했고, 에너지를 쏟기, 불규칙한 생활로 기력이 약했다. 나는 모든 장르의 연애를 섭렵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남편과의 연애가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소개팅 후 2주가 지났을 때, 우린 둘 다 무릎 나온 바지와 슬리퍼를 신고, 동네 치킨가게를 배회했으니. 흔한 연애의 풍경은 아니었다.


저렇게 편안한 연애를 했지만, 우린 좀 더 편안하게 함께 있고 싶어서 결혼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막상 결혼을 해보니, 함께 있는 시간은 늘었는데, 함께 하는 일들은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이상한 건, 우리 둘 다 이런 상황에 대해 서로에게 어떠한 서운함도 느끼지 않는다는 거다.


이런 점 때문일까. 어른들은 싸워도 부부는 한 침대에서 자야 한다고 했는데, 우리 부부는 한바탕 싸우고 따로 자도, 꼬박꼬박 화해하고 잘 풀어졌다. 물론 그 사이에는 어마 무시한 말싸움이 있지만, 혼자 있는 시간에 상대에 대해 다양한 각도로 생각해 보는 것 같다.




우리 부부는 여행가서도 따로 논다. 남편은 낚시를 좋아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나도 함께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나에게 낚시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취미일 뿐이었다. 그래서 우린 여행을 가면 절반은 함께 놀고, 또 절반은 따로 논다. 남편이 바다에서 낚시하면, 난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다. 어떤 날은 남편 혼자 낚시를 하러 나가고, 나는 혼자 영화 보고, 혼자 맛있는 점심을 사 먹고, 그럴 때도 있다.


주말에도 따로 보내는 시간이 있다. 남편이 거실에서 야구를 보면, 난 방에서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본다. 그리고 내가 거실에서 드라마를 보면, 남편이 방에 들어가서 책을 읽는다. 그리고 또 어떤 날은 같이 있어도, 아침은 따로 먹는다. 나는 남편보다 일찍 일어나는 편이라, 먼저 아침밥을 먹을 때가 있다. 간혹 잠이 깬 것 같아서, 물어볼 때가 있기는 하지만, 깊은 잠을 자고 있을 때는 굳이 물어보지 않고 혼자 먹는다. 그래서 남편은 주말에 눈을 뜨면 내게 묻는다.


"아침밥 먹었어?"




함께 있고 싶지만, 꼭 함께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우리 부부에게는 없다. 이건 결혼으로 인해 상대를 이해하고, 가끔은 나를 포기하는 일들과는, 또 다른 문제다. 서로에게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더 좋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 상대의 중요한 영역을 지켜주는 것이다. 같은 크기로, 같은 마음으로.


그래서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더 충실한 것 같다. 남편과 나는 지인들과의 모임을 주로 평일로 잡는다. 그리고 아무리 늦어도 꼭 11시 안에는 집에 들어간다. 만약 주말에 약속을 잡아야 한다면, 저녁 시간은 피한다. 가족모임이나 행사가 없는 한, 꼭 함께 식사하기 때문이다. 종일 각자 거실과 방에서 시간을 보내다가도, 저녁쯤 되면 같이 메뉴를 고민한다. 그러다 만들어 먹고 싶은 메뉴가 있으면, 함께 마트에 가고, 사 먹고 싶은 메뉴가 있으면, 함께 외출을 한다. 그렇게 밤 11시까지는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또 잠들기 전까지는 각자 할 일을 한다. 서로 대화로 타협한 건 아니었는데, 2년 6개월이 간, 쭉 이렇게 지내왔다.


서로 공유되는 건 함께하고, 공유되지 않는 건, 각자가 향유하면 되는 거니까.




결혼을 결심했을 때, 남편의 선배가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결혼이란 게, 누군가가 필요해서 하면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결혼은 그냥,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 때, 그럴 때, 그렇게 혼자서 잘 살 수 있는 상대를 만나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 생각해요.”


그때는 저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쟤들 진짜 이상해."


가끔 어떤 사람들은 우리 부부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린 함께 있을 때도 행복하, 따로 있을 때도 행복하다.

그리고 또 모를 일이다. 나중리 부부처럼 지내는 게 트렌드가 될 수도 있다. 아이가 없다면,


이미 이런 부부들이 많은 것 같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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