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우리 오늘 좀 싸울까?-13
금요일 밤.
아내와 남편이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다.
프로그램은 삼시세끼!
먹는 것을 좋아하는 남편은 재미있게 보는 중이고
방금 요리를 끝낸 아내는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결국, 아내는 스마트폰은 집어 들고,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남의 삶 탐방(SNS 보기)’을 시작한다.
그러다가
아내: …! (남편의 어깨를 흔들며, 다급하게) 오빠!
남편: (고개를 돌렸지만, 눈은 TV에 고정된 상태로) 왜?
아내: (스마트폰을 내밀며) 오빠! 이거 봐!
남편: (드디어 눈동자를 돌린다) 뭔데?
아내: 이거 봐! 예린이 오늘 생일인데, 남편이 이벤트 해줬나 봐. 여기 사진 봐봐.
남편: (역시 별일 아니었다. 다시 TV로 눈동자를 돌리며) 아….
아내: 오빠! 보고 있어? 내 말 들었어?
남편: 어….
아내: 예린이 남편은 정말 다정한 것 같아. 이런 것도 해주고….
남편: (여전히 TV를 보며) 식상해. 그런 거.
아내: 응?
남편: 남들 다 하는 거, 너무 식상해.
아내: 뭐가 식상해? 오빤 나한테 이런 식상한 거라도 해봤어?
남편: 난 남들이 안 해주는 거! 못 해주는 거! 그런 것만 해!
아내: 응? 뭐였지?
아내: … 남들은 못하는 걸, 오빠가 하고 있네. 무서워서 못하는 거.
진정한 남의 편이 되어가는 남편!
3년 차 부부의 금요일 밤이 이렇게 끝나갑니다.
이벤트는 없지만, 나름 재밌게 살고 있어요.
서로 장난치는 것이 95%란 게 흠이지만...
진지한 5%는 싸워서 말 안 할 때란 것도 흠이지만...
그래도 즐겁고 행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