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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루 May 11. 2018

다이어터를 슬프게 하는 말들

따분한 17일 차

* 이미지 출처: 웹툰 <다이어터>



 요즘 다이어트 중이다. 결심은 3년 전부터 했고,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이렇게 결심과 실패를 반복하는 사이, 체중은 더 늘었다. 그리고 3주 전, 드디어 '인생 최고의 몸무게'를 찍었다. 그러나 최고는 최고를 갱신하는 법. 이대로 있다가는 '인생 최고의 몸무게'를 계속 돌파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 지금도 안 예쁜 얼굴이, 더욱더 안 예뻐질 게 뻔했다. 못생겼단 말은 참을 수 있지만, 못생기고 뚱뚱하단 말은 참을 수 없다. 그래서 마음 단단히 먹었다. 기필코, 반드시, 확실히 이번에는 빼고야 만다. 그렇게 나는 다시 다이어터가 되었다.     


  다이어트는 인내와 의지가 중요하다. 끝없이 공격하는 맛있는 음식과, 자꾸만 발생하는 외식, 그리고 주변 사람의 도 이겨내야 한다. 그래서 좀 슬프다.

  그렇다면 어떤 말들이 다이어터를 슬프게 할까? 나의 경험을 정리해 봤다.           




 <다이어터를 슬프게 하는 말들>


  1. “얼마나 가나 보자.”    


     다이어트 준비 필요했다. 닭 가슴살, 탄산수, 체중조절에 도움을 주는 영양제, 그리고 헬스장 등록 등. 검색하고 또 검색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한 끝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다이어트 선포식이 필요했다. 때마침 닭 가슴살도 도착했겠다. 남편도 퇴근했겠다. 선포식을 진행했다.     


     “오빠, 나 오늘부터 다이어트할 거야.”    


    그런데, 남편의 표정이 시큰둥하다. 은근히 ‘하루야, 너 요즘 살찐 거 같다.’며 매번 나를 자극해놓고, 반응이 시원찮다. 자세히 보니 그의 시선은 내가 아닌 닭 가슴살로 향해 있다.     


    “어휴, 또 얼마나 하려고? 저번에도 닭 가슴살 잔뜩 사놓고 버리지 않았어?”    


   . 괜한 의심일 수 있으나. 남편은 나의 선포식엔 관없어 보였다. 그저 나의 과소비를 걱정하는 것처럼 느낀 건, 나만의 착각? 어쨋든 좀 슬펐다.       


 

2. “유난스럽다.”    


   회사에 도시락을 싸간다. 메뉴는 남편이 핀잔을 준 닭 가슴살과 삶은 계란 등이다. 식단을 철저히 지키지는 못하지만 탄수화물과 설탕은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서 외식도 자제하고 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점심시간에 상사가 내게 물었다.     


   “오늘도 도시락이야?”

   “네. 다이어트 때문에…”    


  그러자 그가 피식 웃으며 이런 말을 했다.     


   “무슨 다이어트를 그렇게 유난스럽게 해?”    


   응? 언제는 날씬한 것도 경쟁력이라더니. 이제 와서 왜 딴소리냐. 화난다.        



3. “걔랑 너랑 같니?”    


    다이어트 방법을 찾다 보면 ‘연예인’이 함께 검색되기 마련이다. 특히 기사 타이틀이 자극적이다. 출산한 연예인의 ‘몸매+미모 완벽 회복’이나 ‘전설적인 S라인으로 복귀한 000’. 그리고 좀 통통했던 연예인이 다이어트를 성공한 후 ‘똑같은 사람 맞아?’ 또는 ‘완벽한 여신 변신’과 같은 제목이 보이면, 손이 저절로 클릭하게 된다.

   나는 지금 한 여배우가 했다는 다이어트 방법을 모방하고 있다. 자극을 받기 위해 휴대폰 배경 사진도 그녀로 바꿨다. 같은 여자가 봐도 그녀는 진짜 여신이다. 사진을 보고 있자니, 몽실몽실 나의 미래를 그려보게 된다. 뭐, 다이어트에 성공한다고 그녀와 같은 얼굴이 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지금보단 예뻐질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나의 설레발을 본 친구가 한마디 던진다.


  “야! 네가 걔랑 같냐? 우리가 그렇게 되려면 다시 태어나야 해!    


   흥. 꿈도 못 꾸냐? 목표도 못 갖냐? 꼭 그렇게 초 쳐야 되겠니? 나쁜 지지배! 엉엉.                      



4. “빠진 거 맞아?”     


   다이어트 2주 차. 회사일이 많다 보니 다이어트에만 몰두할 순 없었다. 그러나 바쁜 와중에도 운동도 빠지지 않았고, 음식도 절제하며 먹었다. 그 결과 2.5kg을 감량했다. 그러고 보니 턱 선이 좀 갸름해진 것 같다. 딱 붙던 바지도 여유가 생겼고, 화장실 거울로 옆모습을 보니 배도 좀 들어간 거 같다. 좋아! 이대로라면 결혼 전 몸매로 돌아갈 수 있겠다.


   퇴근 후, 의욕을 불태우며 헬스장에 갔다. 그리고 트레이너님께    


  “저, 살 빠진 것 같지 않아요?”    


  라며 당당하게 물었다. 그러자     


  “빠진 거 맞아요? 제가 보기에는 근육이 빠진 것 같은데….”    


  치-. 물론 전문가의 말이 맞겠지. 그러나 ‘팩폭’에 다이어터는 상처받는다.        



5. “그럴 줄 알았다.”    


   지난주, 부모님과 외식을 했다. 그리고 나는 그날을 치팅데이(cheating day,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편하게 먹는 날)로 정했다. 참았던 만큼 먹고 싶은 메뉴를 골랐다. 바로 양꼬치. 나름 다이어트 중에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우걱우걱 먹었다.
  이런 내 모습을 바라보던 엄마가 묻는다.     


  “너 다이어트한다고 하지 않았어?”    


  평소 ‘너 어쩌려고 이러니?’부터 ‘너 점점 더 찌는 것 같다.’며 걱정 반, 잔소리 반을 하던 엄마의 표정이 묘하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안심할 수 있도록, 이렇게 설명했다.    


  “오늘은 치팅데이야!”    


  그러자 엄마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뭐? 치, 뭐? 으그, 그럴 줄 알았다. 그냥 다시 작정하고 먹겠다는 거네.”

    

  흑. 아니라니까. 가족도 나의 다이어트 성공을 의심한다. 이거 참, 외롭네.





  다이어트는 슬프다. 그러나 외롭고 슬프다고, 술푸지 말자. 그럼 말짱 도루묵이 된다. 지금 이 순간 어디선가 외롭고 고독하게 다이어트를 진행 중인 모든 다이어터가, 건강하고 만족스러운 몸매로 여름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다이어트 성공,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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