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튜브 <최민준의 아들TV> 애청자이다. 주변 사람들은 "너가 그걸 왜 봐?"라는 반응을 종종 보인다. 사회생활 2년차, 만 27세 청년이 자녀교육 유튜브를 본다고 하니 의아하기 때문이다. 서울 기준, 남성의 평균 초혼 연령이 만 33세라고 한다. 굳이 평균치와 비교해본다면 6년이나 차이난다. 결혼이나 출산을 생각하기에도 이른데, 자녀교육에 관심을 가지기에는 더더욱 어린 나이임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내가 이 유튜브 채널에 빠진 이유는 결혼, 출산에 대한 관심 때문이 아니다!
출처: <최민준의 아들TV> 캡처
내가 이 유튜브를 즐겨 보는 이유는 최민준 소장님이 남자아이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면서 '타인의 입장에 서서 소통하는 법'을 놀라운 방식으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매번 깜짝깜짝 놀라면서 소장님의 메시지가 뇌리에 콕 박힌다.
아이들의 고유세계를 존중하면서 살갑게 소통하는 법을 유튜브를 통해 배우는 일이 참 즐겁다. 특히 인상 깊었던 몇몇 케이스를 소개하면서 오늘은 '타인을 존중하며 소통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누군가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를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최재천 교수님의 태도만큼이나 놀라운 영상 속으로 빠져보자.
<우리들꽃 포토 에세이> 시상식에서 최재천 교수님이 아이와 눈을 맞추며 상장을 수여하고 있다.
CASE 1. 마인크래프트에 단단히 빠진 초등학생
출처: 마인크래프트 공식 포스터
->마크(네모난 블럭을 가지고 노는 3D 가상현실 게임)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어느 초등학생이 있었다고 한다. 그 녀석을 A라고 지칭해보자. 최민준 소장님은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 부모도 관심을 가지길 항상 권유하는데, A의 엄마도 이를 잘 실천하기 위해 A가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마크에 관심을 기울였다고 한다.
아이가 컴퓨터 앞에서 게임을 하고 있으면 옆에서 "이 건물은 뭐에 쓰는 건물이니?", "방금 지나간 크리처는 뭐야?" 이렇게 질문을 던졌다고. 그런데 A의 반응이 내 예상과 완전히 달라서 굉장히 놀라웠다. 아들이 게임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지지해주는 엄마는 드문 편이니까 나는 당연히 A가 신나하면서 마크를 플레이할 줄 알았는데, 아이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A는 답답해하면서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엄마가 마크에 '접속'해서 내가 만든 공간을 둘러보지 않고, 모니터 밖에서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A는 마크 세계에 접속한 엄마와 가상 공간에서 만나길 원했다. 난 매우 놀랐다. 요즘 아이들이 전부 A처럼 메타버스에 익숙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는 로블록스, 제페토, 마크 같은 가상현실 콘텐츠를 매일매일 즐기는 초등생들을 볼 때마다 A 같은 아이들이 많아질 거라는 체감을 강하게 한다. 미래에는 가상현실과 진짜현실(real world) 간의 구분선이 매우 희미해지는 세대가 등장할 것 같다는 전망이 많다. 나는 그것의 실현이 머지않았음을 직감한다.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정말 많은 것들이 변화한다. 내가 점차 나이를 먹어갈수록 아래 세대들이 생길 텐데, 그들과 잘 소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본다. 역시 정답은 '그들과 동일한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아래 세대가 즐기는 콘텐츠와 그들만의 세계관에 공감하고 다가가야만 비로소 소통이 이뤄지는 시기가 금방 올 것 같다. 나라고 언제까지나 20대인 건 아닐 테니.
잘 알지 못하는 것에는 차라리 침묵하는 것이 더 좋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요즘 20대들이 무엇에 열광하는지, 어떤 가치관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지에 관심을 충분히 기울이지 않고 조언을 지껄이는 기성세대들에게 <최민준의 아들TV>를 권하고 싶다. 20대들과 소통하고 싶다면 단순히 'mz세대가 어떻다드라' 하는 식으로 미디어 겉핥기만 할 게 아니라 우리들의 세계로 '접속'해야 한다.어떻게? 공부하듯이!
->글쓰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즐겁게 글쓰기에 참여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적용해보는 영상이다. 최민준 소장님의 기본적인 자세는 항상 똑같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속도를 맞춰서 접근하는 것.
출처: <최민준의 아들tv> 캡처
내가 새삼 놀랐던 부분은 소장님과 영상에 참여한 선생님들이 몇 개월 동안 <포켓몬스터>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이름, 특성, 필살기등을 '공부'하고, 이를 적용하여 단어장과 글쓰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라면 모르겠지만 솔직히 어른된 입장에서 포켓몬을 공부하는 게 재밌었을까? 난 무척 고역이었을 것 같고, 아이들을 위해 억지로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포켓몬 관련된 자료가 책상에 잔뜩 있자, 아이들이 눈빛이 180도 달라진다. 무조건 해야 한다가 아니라 정말 재밌어 보여서 아이들이 글을 쓰기 시작한다. 이 놀라운 변화의 과정은 글로 설명하기보단 영상을 직접 봐야 피부로 다가온다.
출처: <최민준의 아들tv> 캡처
교과서적이고, 딱딱한 주제가 아니라 '내가 만드는 포켓몬'이나 게임 주제로 글쓰기를 제안하여 아이들이 신나서 쓰게 만드는 흥미유발 스킬은 정말 놀랍다.
상대방과 소통하려면가장 먼저 상대방의 세계에 어느 정도 들어갔다가 나와야 한다. 머리로는 잘 알고 있지만 어른이 될수록 이런 공감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지난하고 귀찮고 힘들어진다. 그냥 나랑 원래부터 잘 맞는 사람들만 만나고 싶은 게 솔직한 내 마음이다. 하지만 <최민준의 아들TV>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나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접속'이 필요하다. 상대방의 눈높이로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