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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르메스 Mar 07. 2023

망원동 N년차 자취생이 추천하는 최고의 맛집들

여긴 정말 다릅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점점 인터넷에서 회자되는 '맛집'을 믿기가 어려워진다. SNS에서 유명한 맛집을 힘들게 찾아가면 웨이팅 지옥을 맛보기 일쑤고, 테이블링(웨이팅 어플)에 번호 등록해놓고 겨우겨우 입장하면 외형만 그럴싸한 냉동 식품이 나올 때도 많았다. 사람이 너무 많으니 회전률을 극한까지 올리기 위해 공장에서 찍어내듯 음식을 '제조'하기도 한다. 소위 돈을 쓸어담는다는 맛집들에서 인기에 취해 위생 이슈, 불친절 문제 등이 불거지기도 한다.


나는 손맛과 주인장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음식들을 좋아한다. '인스타에 올릴 만한(Instagramable, 예쁘고 멋지고 희귀해서 인스타에 올려 자랑할 만함을 뜻하는 합성어)' 식당이 아니라 오히려 아무도 몰랐으면 좋을, 나만 몰래 다니고 싶은 맛집을 발굴하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 망원동에서 자취를 시작하면서 말이다.


직접 찾은 맛집들 중에서 내돈내산 4곳을 오늘 소개해보고자 한다. 대체로 꽤 유명하지만, 웨이팅이 미어터지지는 않는다. 근처로 놀러올 일이 있다면 믿고 꼭 방문해 보시길! 반응이 좋다면 디저트 맛집을 추가로 포스팅해보도록 하겠다 :)




1. 나랑가(일식집)


특선초밥(17,000원/좌), 도로초밥(27,000원/우)

오랫동안 초밥을 좋아해오면서 꽤 많은 초밥집을 다녔다. 비싼 오마카세는 거의 못 가봤지만 은행골, 최우영스시, 호야 초밥 같은 가성비 좋은 일반 스시집은 무던히도 다녔다. 내가 지금까지 가본 만 원대 정식이 나오는 스시집 중에서는 '나랑가'가 압도적으로 맛있었다. 다른 곳과 비교가 안 된다. 꼭 방문해서 드셔보시길.


손님이 많지 않다면 하나씩 만들어서 오마카세 형식으로 먹는 속도에 맞춰 내어주시는데, 회의 숙성 정도, 밥의 찰기와 온도(여긴 약간 따뜻한 편이다)가 적절히 어우러져 '이 가격에 어떻게 이런 맛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있다. 추울 땐 우동, 시원할 때는 모밀이 같이 나오는데 그건 그냥저냥 먹을만하다(아마 즉석 식품일 테니 특별할 리가 없긴 하다).


27,000원짜리 도로초밥은 꽤 가격이 있으니, 참치를 특별히 좋아하는 분에게 추천한다. 적절한 기름기, 혀에 닿는 순간 좋은 품질의 참치임이 느껴지고, 사리와 회가 사르르 혀에서 녹듯이 풀어진다. 완전 맛있다. 특선초밥은 가격을 생각하면 사장님께 약간 죄송해질 정도(?). 배달보단 현장에서 바로 만들어진 초밥을 먹어야 제맛이다.



2. 로스트 피그(고깃집)


금삼겹과 벌집 껍데기


로얄듀록과 YBD얼룩도야지 품종의 돼지를 취급하는 식당. 금삼겹과 프렌치렉이 정말 맛있다. 직원이 전담해서 고기를 구워주는 시스템이고, 꽈리고추와 버섯을 함께 준다.


달달 새콤한 김치와 다양한 밑반찬도 맛있고, 매우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고깃집이다. 벽쪽에 고기 원육을 보관하는 냉장고를 비치해놓을 정도로 자신감이 뿜뿜한 곳. 그만큼 맛이 굉장히 좋은 돼지고기를 제공한다. 간편하고 실패 없이 먹을 수 있어 지인들이 놀러오면 꼭 데려가는 고깃집이다.


이곳의 별미는 별집 껍데기인데, 질기고 딱딱한 다른 껍데기와 달리 약간 단단한 푸딩 정도의 식감과 달달한 밑간이 잘 되어 있어 아주 맛이 좋다. 9,000원에 사이드로 팔고 있으니, 꼭 고기와 함께 시켜보시길.



3. 순대일번지(국밥집)


태어나서 먹어본 국밥 중에서 최고. 순대국 메뉴 하나로 승부하는 곳이다. 들깨가루가 들어가 시원하고 녹진한 국물과 실한 건더기, 두둑이 넣어주는 깻잎과 손맛 가득한 김치로 화룡점정



잡내도 없고, 주문 즉시 끓여서 가져다주시는데 깻잎 많이! 외치면 더 넣어주신다. 이 집 시그니처가 깻잎인데, 약간 흐물거릴 때 순대와 부속고기와 밥이랑 먹으면 정말 시원하니 맛있다.



4. 키친 갈매기(일식집)


퓨전 일식집. 가게 인테리어가 아기자기하니 귀엽고, 음식이 담겨 나오는 식기 세트가 예뻐서 사진으로 담기 매우 좋다. 먹기 전에 눈이 즐겁고, 손맛 가득 느껴지는 음식을 먹으면서 입도 즐거운 곳. 오픈 키친이라 요리하는 모습이 전부 보이는데,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으시는 게 느껴져서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지 않다.



유자데리야끼 닭고기 솥밥(15,000원/좌), 연어 오차즈케(16,000원/우)


우리가 시킨 메뉴는 유자데리야끼 닭고기 솥밥과 연어오차즈케였다. 키친 갈매기의 가장 큰 특징은 계절마다 메뉴를 바꾼다는 것. 지금은 겨울 메뉴를 팔고 있다. 찬 구성이 정갈하고 깔끔하다. 손맛이 느껴지는 건강한 맛이고, 닭고기 솥밥은 향긋한 유자맛이 특색 있다.


연어 오차즈케를 강추한다. 보리차를 넣으면 꼬소하니 옅은 단짠이 느껴지는 연어밥을 먹을 수 있다. 한상 차림치고는 가격이 좀 있는 편이지만, 막상 다 먹고 나면 전혀 돈이 아깝지 않은 맛. 주문과 즉시 조리에 들어가고, 인기가 꽤 있다 보니 웨이팅이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포스팅하다보니 전부 또 가고 싶다. 조만간 1번부터 4번까지 순회 한번 갔다와야겠다. ㅎㅎ 워낙에 맛집도 많고, 핫플레이스도 많은 망원에서 살다보니 이런 점은 정말 좋은 것 같다. 앞으로도 꾸준히 맛집을 탐방하면서 나만의 리스트를 만들어야겠다. 오늘도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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