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으로부터 원하는 것 얻어내기
세상을 살아가면서 원하는 것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우 그것을 직접 생산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얻어내야 한다. 세상의 자원은 한정적이고, 직접 생산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며, 내가 원하는 많은 것들을 이미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반대로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식으로 서로 교환을 해야 한다. 결국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을 상대로 일종의 '장사'를 해야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업, 공공기관 등 조직에 속해있기 때문에 잊어버리기 쉽지만, 본질은 장사이다.
회사의 직원으로서 나의 능력을 바탕으로 회사의 고객에게 회사의 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데 기여하고, 그렇게 회사에 성과를 가져다 줌으로써 회사로부터 월급을 얻어낸다. 이때 회사의 고객에게 회사의 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데 기여하는 것은 간접적으로 장사에 참여하는 것이고, 회사에 성과를 제공함으로써 회사로부터 월급을 얻어내는 것은 직접적으로 장사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돈은 교환하려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며, 가치를 저장하고 쉽게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상품이나 서비스도 결국 돈이 있어야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돈은 곧 생명줄'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돈을 얻기 위한 방법은 크게 4가지가 있다. 1) 잘 생산하거나, 2) 잘 설득하거나, 3) 잘 평가하거나, 4) 강제로 빼앗는 것이다. 물리적인 힘 또는 권력 등을 이용해 강제로 빼앗는 네 번째 방법은 법이나 도덕적인 기준에 어긋나기 때문에, 실제로 고려해야 할 것은 앞에서 언급한 3가지 방법이다. 대체로 3가지 방법 중 1가지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방법을 혼합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하거나, 혹은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더라도 다른 사람이 매력적으로 느낄 만한 퀄리티 높은 상품 또는 서비스를 생산하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가정, 학교, 사회에서 배우는 다양한 지식과 경험은 좋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역량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영업, 마케팅, 브랜딩, 광고, 홍보 등 상품이나 서비스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 자체는 잘 생산하는 것과 관련된 요소지만, 학교를 졸업하면서 취득한 학위는 설득의 요소로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타고난 외모나 성격 등도 설득의 요소가 될 수 있다.
직접적으로 생산하거나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산과 설득을 간접적으로 활용하여 혜택을 얻는 것이다. 주식, 채권 등 투자 상품의 가치를 잘 평가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매수·매도하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투자 상품을 직접 생산한 것도 아니고, 투자 상품의 가치를 직접 설득한 것도 아니지만 잠재적 가치를 잘 평가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매하고 비싸게 판매하여 차익을 얻는 것이다.
3가지 방법 모두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타인을 잘 예측하는 것이다. 타인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을 예측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생산과 설득을 해야 하고, 지금은 아니더라도 미래에 타인이 가치 있게 여길 만한 것들을 예측하여 그것을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는 삶, 타인의 인정에 얽매이지 않은 삶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정말 그게 가능할까?
돈은 곧 생존과 직결되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타인의 심리를 잘 예측해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눈치를 보는 것은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또한,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우리의 거울 신경 체계는 자동으로 타인을 시뮬레이션하기 때문에 타인을 의식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그것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무조건 타인의 눈치를 봐서는 안 되고, 눈치를 보는 것은 한심한 것이라는 강박과 신념이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강도와 방향을 조정해 가면서 능동적이고 전략적으로 타인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타인의 반응에 휘둘리기 위해 눈치를 보는 것이라, 나에게 유리한 상황을 조성하기 위한 용도로서 눈치를 본다고 생각하면 눈치를 보는 것이 더 이상 불필요하다거나 괴롭다고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 타인이 좋아할 만한 것을 생산하거나 보유하고 있어야, 그것을 활용해 타인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다. 그렇다면 타인은 과연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관심을 가질까?
새로움과 익숙함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인간은 어느 정도 새로우면서 동시에 어느 정도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우리는 매 순간 세상을 예측하고 예측과 실제가 얼마나 어긋나는지, 그 예측 오차를 감지한다. 새로운 것과 익숙한 것에 대한 우리의 선호는 예측 오차의 크기와 그 오차에 부여하는 가중치로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는 기존에 머릿속에서 형성해 왔던 사전모형과 다르기 때문에 예측 오차가 크다. 그만큼 새롭게 학습해야 할 데이터가 많이 발생한 것이므로, 호기심과 재미가 살아나게 된다. 반대로 익숙한 상품이나 서비스는 기존에 머릿속에서 형성해 왔던 사전모형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예측 오차가 작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를 처리하기 편하며, 안전하고 믿을만하다고 느끼게 된다.
문제는 오차가 너무 크면 불안함이나 피곤함을 느낄 수 있고, 오차가 너무 작으면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개개인마다 그 균형의 지점이 다를 수 있는데, 잘 팔리는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주요한 타깃 고객이 가장 만족할만한 지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과거의 감성을 현대의 감성으로 새롭게 재해석하여 내놓는 '레트로(Retro)' 상품의 사례에서 좋은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감흥의 역치가 올라가는 것은, 세상에 대한 경험이 쌓이면서 사전모형이 점점 정교해져 웬만한 자극이 오차를 크게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경향도 점점 줄어들어 작은 오차는 잡음으로서 걸러지기 쉽다. 이전보다 더 큰 오차가 있어야만 비로소 놀라움과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은 과거는 이미 결말을 알고 있는 확정된 이야기로서 오차가 거의 없으므로 편안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이는 새로운 감각 데이터보다 기존에 형성한 사전모형에 대한 신뢰가 더 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미래는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는 확정되지 않은 이야기이며, 살면서 미래를 예측하는 데 고려해야 할 변수는 점점 늘어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이는 기존에 형성한 사전모형보다 새로운 감각 데이터에 대한 신뢰가 더 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연령대나 성향, 상황에 따라 사람들이 사전모형과 감각 데이터 중 어떤 것에 더 신뢰의 가중치를 두는지를 이해하면, 타인의 선호를 더욱 정교하게 예측하고 타인이 원하는 것을 제공함으로써 타인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제공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