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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연서 Oct 18. 2022

글을 어디서 쓰세요?

자기만의 방이 아직 없어요

작가님은 어디서 글 쓰세요? 작업하는 방 있으시지요?    

 

책을 출간하고 많이 들은 질문이에요. 아직 따로 작업하는 방은 없어요. 그리고 딱 제자리라고 할 공간도 없어요. 처음 글을 쓸 때는 주방 식탁에 앉아서 조금씩 적었어요. 노트북을 들고 왔다 갔다 하면서요. 아이 방 책상에서 글을 쓰기도 하고요. 온전하게 혼자 있는 공간이 없었어요. 어디서나 누군가와 함께하기에 찾아 들어간 곳이 아이 방이에요. 거실은 남편이 누워서 쉬고 텔레비전을 보는 안방 같은 공간이라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큰방을 사용했어요. 저는 비어 있는 작은 방 책상에서 하나씩 글을 적었지요.


이사를 하고 아이들이 각자 방이 생기고 작은 방 책상을 버릴까 했지만 가져왔어요. 좋은 것은 아니지만 아직은 깨끗해서요. 아이 방에는 새 가구를 넣고 안방 한쪽에 그 책상을 두었어요. 익숙해져서인지 그 책상에서 글이 잘 써졌어요. 남편은 일이 일정하지 않아서 집에 없는 날도 많아서 더 이상 헤매지 않아야지 했는데요. 처음 식탁에서 글을 써서인지 빈집에서 혼자 식탁에 자리를 펴고 쓰는 시간이 계속되었어요. 거실 한쪽에 원형 테이블을 두고 글을 쓰고 영상을 찍기도 했어요. 안방 책상에서 줌 미팅했는데 저만 너무 어두웠던 것도 한몫했네요. 저는 이렇게 떠돌아다닙니다. 자기만의 방이 있다면 참 좋겠지요. 조용한 나만의 공간, 글을 쓰고 책을 읽고. 하지만 저는 지금도 좋습니다. 모두 없는 시간 혼자서 어디서든 원하는 곳에서 글을 쓰고 있으니까요.


글쓰기 책에서 말하는 같은 시간, 같은 공간도 중요하지만 내가 얼마나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우선인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처음에는 글쓰기 책이나 강의에서 알려주시는 방법들로 글쓰기 연습, 글 근육을 키우시고요. 나에게 맞는 것을 찾으세요. 사실 저는 커피숍에서는 잘 안되더라고요. 그 안에서 책을 읽을 수는 있었는데 글쓰기는 어려웠어요. 그래서 제가 찾은 곳은 도서관입니다. 조용한 열람실보다 서가가 있는 자료실이 좋았어요. 쓰면서 궁금하면 다른 책들도 찾아볼 수 있어요. 적당한 소리도 좋았어요. 너무 조용한 곳이라면 제가 움직이는 소리까지 부담으로 느껴질 것 같았거든요. 무엇보다 대화가 없는 일상의 소리라 신경이 곤두서지 않아서 좋아요. 스터디 카페도 많이들 가시는데 저는 도서관 추천해 드려요. 집 근처 도서관을 찾아보세요. 저도 다시 도서관으로 출근해야 하나 고민이 됩니다.       


글 쓰는 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해진 것은 없어요. 처음 글을 쓸 때는 새벽 4시에도 일어났어요. 그러다 5시, 6시 시간을 변경해봤고요. 밤에는 10시부터 쓰다가 가족들이 잠들면 다시 1~2시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이렇게 저를 테스트했어요. 사람마다 집중이 잘 되는 시간은 다르니까요. 새벽은 힘들었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처음 글을 쓸 때는 새벽에 많이 쓰기도 했어요. 혼자는 아니었고 함께 하는 모임에 소속되어 있어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혼자 글쓰기가 어려우시면 함께 쓰는 사람을 찾으셔도 좋아요. 지금 저도 같이 쓰시는 분들이 계셔요. 혼자도 좋지만 함께한 힘을 저는 믿어요.


지금 내 책상, 내 시간이 없다고 속상해하지 마세요. 우리는 어디서나 두 손으로 쓰기만 하면 됩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거실의 햇볕이 뜨거워 안방 책상으로 노트북을 들고 들어왔고요. 잠시 움직였더니 또 새로운 느낌이네요. 어디서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합니다.


*사진은 핀터레스트에서 가져왔습니다. 퇴고하지 않은 초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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