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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연습장

아들 졸업 축하해

꽃다발 휘날리며

by 오연서

꽃다발 필요 없다고 말하는 아들의 졸업식

6년간 애쓴 나를 생각하며 작은 꽃다발을 샀다.

첫째 졸업 때는 미리 꽃집에 예약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뭐든 처음은 설렌다.

2년 전 당시 35,000원

오늘 내가 산 꽃다발은 10,000원.


졸업식이 끝나고 아이는 친구랑 더 있고 싶다며

졸업장, 꽃다발, 쿠션을 나에게 넘겨줬다.

이렇게 품에서 빠져나가는구나!!

어제저녁 피자를 먹고 싶다는 말에 일찍 먹을 수 있는 검색을 해봤는데 괜한 짓이다.

어쩌면 아이는 점심은 친구와 저녁은 가족들과 피자를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5학년 담임선생님께 가서 인사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어색하게 헤어졌다.


졸업식 영상에서는 언제 찍었는지 정확하게 생각나지도 않는 어린 시절 사진이 등장했다.

저 사진이 어떻게 영상에 등장했을까? 의문이 생겼다.

우리는 2년 전 아들이 5학년이 되는 시기에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그러니 아이 마음에 남는 은사님으로 그분이 충분하다.

졸업생 262명이 모두 단상에서 졸업장을 받았다.

댄스동아리에서 2곡의 공연도 있었다.

졸업식도 달라졌다.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예전에는 대표만 받고 모두 각 교실에서 개인으로 전달을 받았는데..

전체 아이들을 나눠 주는 모습은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졸업식이 끝나고 학교 앞 카페에 앉아 생각해 보니

꽃을 사기 잘한 것 같다.

혼지 덩그러니 앉아있으니 그동안 내 애씀이 밀려간다.

졸업식장에서 음악 때문에 눈물이 차오른 줄 알았다.

지난 6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집에 와서 꽃병에 물을 채우고 꽃을 꽂으려는데 아뿔싸! 조화다.

꽃집에 들렀다 가려다 졸업식 앞에 오는 꽃을 생각하며 학교로 바로 갔다.

큰 꽃다발은 보지도 않고 1-2송이 있는 곳에서 빠르게 하나를 집었다.

10시에 시작인데 여유를 부렸더니 9시 55분.

늦지 않아야지 하는 생각에 자세히 보지도 않았다.

살짝 시들었네 날이 추워서 그런가 보다 했다.

조금만 관심을 가졌다면 생화와 조화를 구별 못하지는 않았을 텐데..


디퓨저에 꽃을 꽂으며 아이를 생각했다.

내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들은 다름 아닌 두 아이다.

이제 조금 컸으니 엄마인 나는 내 시간을 가져야지 했다.

그저 알아서 잘 큰다고 생각하면 안 되겠다.

옆에서 주는 사랑과 관심이 지금 아이들에게 지겨울지도 모르지만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건 확실하다.




오지 마세요. 꽃 필요 없어요. 했지만

꽃을 들고 나타난 나를 보며 씽긋 웃어주던 모습에 나는 잠시 있던 서운함도 눈 녹듯이 사라진다.

아들 졸업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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