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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연습장

내 아이의 시간에 집중하세요

육아이야기

by 오연서

오늘은 중학생 남매 키우는 엄마입니다.

수학학원 언제부터 보내야 할까? 고민 많이들 하시고 물어도 보시는데요. 제가 생각하는 시간은 아이가 원할 때예요. 원하지 않는 아이를 보내면 잃는 게 많아요.

돈, 흥미, 시간, 신뢰등..


중1 둘째는 현재 아무 학원도 다니지 않아요. 주변에서 이상한 엄마로 볼 수도 있지만 나름의 철학이 있어요.

이 마음이 확고해지니 짧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네요.

사진은 중1 둘째 어릴 때예요.


수영, 축구, 검도, 태권도, 미술, 피아노, 레고, 공부방, 영어 등 어느 정도 사교육을 시켰습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많네요. 아이가 원하면 경험시켜 주자가 제 원칙 중에 하나예요.


시작은 호기롭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니 눈에 보이게 재미없어하는 모습이 보여요. 가기도 싫어하고 즐겁게 가지 않아요. 아프기도 매일 아프고..

그렇게 저는 주변에서 아이를 못 이기는 엄마가 되었지요. 아이를 이기기보다 믿고 기다리자 마음이 더 컸지만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요.


태권도 품심사를 접수하고 태권도를 그만두고.. 2년 넘게 졸라서 보낸 검도도 1년 정도 하고는 멈추었어요.

다른 무술을 원했지만 몇 번의 경험으로 정말 원하는 것인지 물었을 때 굳이 다니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5학년에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와 영어 학원만 다녔어요. 수학은 6학년 때 학교에 수학반이 생겨서 본인이 스스로 등록해서 몇 달이지만 매주 2시간 수업을 들었어요. 수학이 조금씩 어려워지니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신청을 했다고. 너무 기특했지만 혹시나 나머지 공부인가 걱정했는데 그런 건 아니었어요.


6학년 초 다니던 영어학원을 그만두고 다른 곳에 레벨 테스트받으러 갔더니 학원에서 거부를 받았어요. 아이가 낯선 곳에 가면 극도로 긴장하고 예민해요. 테스트를 제대로 보지 못했죠. 대답도 안 하고 어색해하는데 이미 그 테스트 선생님 눈에는 아이가 차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런 경험을 처음 해보니 마음이 좋지 않더라고요. 학원에 배우러 가는 것 아니야 하는 마음이 들었고 그동안 저에게 하소연하던 동네 엄마들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그 마음을 더 이해했어요.


첫째 아이와 레벨 테스트를 다니면 모두 등록하라고 이야기하는 상위권이라 당당하게 테스트를 받고 등록을 하거나 거절을 했는데..


학원을 나서며 아이가

“나 이 학원 오라고 해도 안 다녀. 나 그냥 엄마랑 공부할래. ”

그렇게 6학년인 아들과 짧게 영어 공부를 다시 엄마표로 하기도 하고.. 아이가 학원을 다니면서 느낀 점들을 이야기하니 미안하기도 하고 아이를 더 이해할 수 있었어요. 없다 없다 하지만 아이에게 욕심을 내는 보통의 현실 엄마였기에 부끄러웠어요.


몇 달뒤 근처 공부방에 스스로 다니며 공부를 했고, 중학교를 가면서 공부방보다 학원으로 옮기겠다며 1월부터 또 놀고 있지만 이제는 걱정 안 해요.

중간고사 후 공부가 필요하면 학원에 다니겠다고.


필요한 것들이 있으면 스스로 시작하거나 요구를 하는 아이기에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선에서 서포트 하자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이가 학원 이름을 대면서 가겠다고. @@수학학원!!

동네에서 숙제가 많은 곳인데 선뜻 가겠다고 하니 놀랍고 고맙고 마음이 복잡해요. 생각보다 더 빨리 공부하겠다고 이야기하니 기뻐해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또 무서운 레벨테스트가 기다리고 있어요. 수학은 그나마 문제지로 대신이라 다행이네요.


아이들 수학 학원 정해진 시간은 없어요. 통상적인 시간 말고 내 아이가 필요로 하는 시간에 보내세요. 이 한마디를 길게 쓴 저 죄송합니다.


참 오늘 아침 학교 가면서 방과 후에 과학반이 생겨 신청했다고 하네요^^ 이 정도면 아들 괜찮게 자라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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