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연서 Feb 08. 2023

에세이에서 자기 계발서로 가는 중입니다.

처음에는 모든 걸 쓸 수 있을 줄 알았다.

나를 위한 글에서 독자를 위한 글을 쓰려니 어렵다.

처음 글을 쓸 때는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그저 풀어놓았다.

그랬더니 일기 같은 단순한 글이지만 술술(?) 풀렸다.

지금은 나를 놓고 독자를 위한 글이라는 주문을 받고 있다 보니 어렵다.


누구를 위한 글을 쓰겠다 했지만 막상 쓰다 보면 나로 돌아온다.

아직 연습이 부족한 것일까? 아니면 내세울 것이 없는 것일까? 고민의 연속이다.

이 시간을 지나면 나는 한 뼘 더 커 있을 걸 안다.

하지만 쉽지는 않다.

일상을 나누고 가벼운 이야기인 수필 같은 에세이에서 동기부여가 있는 자기 계발서를 쓰다 보니 시간이 더 필요하다.

글의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하는데 돌아왔다가 다시 원글로 돌아간다.

무엇보다 내가 에세이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기획 당시는 내 이야기가 많은 에세이였으니 그 마음을 담고 글을 쓰고 있었다.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을 다시 글로 적어보니 다르게 보인다.

글에는 힘이 있다. 오늘부터는 내 이야기를 줄이고 독자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 위주로 쓰겠지.

쓰다 보면 주절주절 내 이야기를 할지도 모르겠다.

혼자 쓰던 작가지망생에서 함께 쓰는 기획출판을 처음 해봐서 그럴 수도 있는 것 같다.

다 쓰고 나서 피드백을 받았다면 정말 어려웠겠다.

내 첫 책은 전체 원고를 다 쓰고 기획서를 글에 맞혔다.


작가는 어떤 글이나 쓸 수 있어야 하지만 내 안의 것을 누르는 것은 어렵다.

전업작가를 생각하면서 나는 요청만 있다면, 다양한 글을 써서 기고하고 싶었다.

생각해 보니 큰 욕심이다. 다양한 글을 써 본 적도 없으면서 욕심만 부렸다.


우리는 맛있는 단품요리를 먹을 것인가? 먹을 것 없지만 다양한 뷔페를 갈 것 것인가?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뷔페를 생각하지만 그 상황이 반복되면 하나를 먹어도 맛있는 곳으로 간다.

이제 시작하는 초보가 혼자서 뷔페를 차리고 싶어 했다. 그래야 빨리 성장하는 줄 알았다.


생각이 이렇게 꼬리를 무니 원고의 진도가 안 나간다. 하지만 나는 또 쓴다. 지금의 이 마음도 짧게 남겨두고 원고를 다시 끄적여보자. 한 번에 다 쓴다는 마음도 접어두자. 하나씩 조금씩 매일 쓰고 고치고를 반복하면서 글을 다듬자.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조급하지 말자. 글도 속도가 붙는 시점이 온다. 쓰다 보면 글의 방향이 보이고 쭉쭉 나가는 순간에 올라타서 글을 쓰면 된다. 우선 원고마감일을 연장할 수 있는지 편집자님께 연락을 해야겠다. 그동안 원고마감은 잘 지킨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 마지막 자존심도 내려놓는다. 지금 상태로면 엄청난 피드백을 받고 다시 쓰세요라는 말이 내려질 것이 분명하다.


에세이에서 자기 계발서로 가는 중입니다.

오늘 편집자님께  보낸 메일


매거진의 이전글 작가가 되어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