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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연서 May 04. 2023

3월부터 생활비 받습니다.

돈공부의 시작

3월부터 남편에게 생활비를 받는다. 나는 결혼 16년 차다. 처음에는 매주 주급으로 주겠다던 남편은 일정 금액을 주었다. 외식이나 외부에서 쓰는 돈은 남편이 계산하고 나는 집에서 필요한 것들은 통장에 입금된 체크카드만 사용했다. 그동안 돈을 제대로 바라본 적이 없다. 나가는 것이 많아 그저 결제일에 맞추며 납부하고 연체만 없으면 된다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실제로 돈이 나가지 않고 숫자만 왔다 갔다 하면서 나는 생각보다 크게 마이너스 생활을 하고 있었다.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모른척했다. 남편의 수입은 일정 금액을 항상 넘었기에 남편은 생활이 어느 정도 된다고 생각하고 관심을 갖지 않았다.     


남편과 나는 돈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우리의 잘못을 이제야 알았다. 남편이 이렇게 몰랐다는 것이 이해는 안 된다. 남편과 대화 중 본인은 관심이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잘못이라고 말했다. 나에게는 혼자 희생하려고 한 너도 잘못이라고 말했다. 같이 해결해야지 왜 말하지 않았냐고 하는 말은 원망도 있지만 그간의 나를 위로했다.      


정상적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곧 정상으로 회복된다는 믿음이 다람쥐 챗바퀴돌 듯 통장은 텅장이 되었다. 생활비를 타는 지금이 오히려 홀가분하다. 처음에는 속상했다. 내가 사치를 하거나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 나를 타박하는 것 같은 뉘앙스에.      


밤낮이 수시로 바뀌는 불규칙한 생활 속에 오롯이 입금되는 돈을 모두 나에게 보내주고 나를 믿어 준 남편. 어쩌면 배신감도 크게 느꼈을 것이다. 나는 왜 말하지 않았을까? 무엇이 두려웠을까? 아직 그 마음은 모르겠다. 나는 지금 소비를 통제하고 돈을 계획하는 일이 재밌다. 혼자서 아등바등하던 것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대나무 숲에서 말하던 동화가 생각난다.

“오빠 우리 마이너스야.”      


소비를 돌아보자. 특별하게 쓰는 돈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필요 없는 소비도 많았다. 가계부를 여러 번 쓰다 말다 반복했었다. 중간에 그만두기도 여러 차례. 기록만 했지 돈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저 카드 명세서를 옮겨 놓은 것과 다름이 없었다. 이제라도 더 늦기 전에 제대로 돈 공부하자. 5월도 가계부를 쓰고 소비를 점검하기로 마음먹는다. 3개월 짧은 시간이지만 그동안 소홀했던 돈을 조금 친근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1년은 꾸준히 쓴다면 우리 집 사이클도 알고 나도 달라져 있지 않을까?


*일러스트는 핀터레스트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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