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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연서 Mar 16. 2023

남편의 시간을 생각해 본다.

양배추 전을 먹으면서..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에서 남편의 시간을 느껴본다.


2월부터 남편은 아침에 나가서 저녁 7시면 집에 들어온다.

대부분의 남편들이 그런 생활을 하지만 나는 무척 오랜만이다.

남편이 운전을 한지 햇수로 10년.

혼자서 외로운 길을 조용하게 걸었다.

집에는 이틀에 한번 삼일에 한 번씩 오는 날이 익숙해진 가운데..

남편은 다시 집에서 출퇴근을 한다.

물론 지금도 같은 운전일을 하고 있다.


남편은 우스갯소리로 매일매일 어디로 팔려갈지 모른다는 말을 한 번씩 했다.

고정된 일이 없기에 핸드폰을 끼고 있었다.

일자리 알선 어플에서 본인이 원하는 금액대의 코스를 찾아서 움직였다.

그 와중에도 매일 집에 온 적도 있다.




우연하게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의 일을 다녀오고 그날부터 남편은 직장 아닌 직장생활이 다시 시작된다.

처음 며칠은 너무 낯설어서

"자기랑 매일 같이 침대에 누우니까 이상하다."

솔직한 내 마음을 말했다.

내가 일하고 있을 때 남편은 먼저 잠을 자고

나는 밤에 은근히 많은 일을 한다.

서로의 시간이 조금 맞지 않다.


운전이 업이지만 교통체증을 싫어하는 그가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곳으로 다시 출근을 하려고 마음먹기에는

지금 어려운 경제상황도 보탬이다.

매일 일정 금액 이상의 일을 꾸준하게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결론을 하고 다른 방법을 모색할 때 나타난 일자리라 수락을 한 것 같다.


함께 일하시던 분 중에도 요즘 매출이 2~300백은 떨어져서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 조금 불편하고 메여있는 자리지만 일을 하기로 한 것 같다.

뉴스나 언론에서도 치솟는 물가와 어려운 경제상황을 이야기하는 시기면 항상 먼저 운전을 하는 우리가 타격을 받았다.

지금 선택한 일도 그런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지만 고정수익이 발생하는 일을 거절하지 않았다.


1달 정도 남편을 옆에서 보니 아침에 출근하고 퇴근 후 집에 오면 러닝머신을 한 시간 달린다.

운전한 시간만큼 볼록해진 배를 이제는 조금 넣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시간이 규칙적이 않으니 먹는 것도 들쑥날쑥했었다.

며칠씩 집에 오지 못해 식당과 편의점 음식들을 주로 먹었고 달달한 믹스 커피를 항상 달고 살았다.

지금 하는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람이 규칙적으로 사는 건 보기 좋다.

일하는 어플을 보지 않아도 되니 눈이 덜 피곤하다고 했다.




출퇴근을 하는 남편을 보고 아침을 걱정했다.

사실 별로 아침을 차려 준 적은 없지만 예전보다 나이 든 남편을 보면서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

그런 마음을 알았는지 본인의 아침은 신경 쓰지 말라고 한다. 나는 밥을 좀 챙기는 편이다.

새벽기상을 하던 당시 남들은 자기를 위한 시간을 보내지만 나는 새벽에 나가는 남편의 밥을 챙기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지금은 다시 저녁형 인간이다.


이것저것 혼자 하는 걸 보니 아침이 대부분 라면이었다. 다이어트를 한다면서 라면이라니..

저녁에 국을 끓였다. 본인 취향에 맞으면 국에 밥을 먹고 가기도 하고..


"양배추를 썰어두면 내가 계란에 부쳐 먹을게."

남편의 예상외 아침메뉴 요청을 받았다.

양배추, 당근, 양파를 얇게 체 썰어 락앤락 통에 담아 두었다. 식빵도 한 봉지 사다 두었고.

식빵에 토스트를 해먹기도 하고 양배추전만 먹기도 하는 것 같다.

이 메뉴는 진심으로 다이어트를 결심한 후 생각한 메뉴다.

지금은 빵 없이 양배추전과 커피 한잔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 아침 모두 각자의 자리로 떠난 후 나도 혼자 남편의 아침을 먹어봤다.

아삭한 양배추와 커피가 어색할 것 같지만 또 어울렸다.

남편은 어두운 새벽 모두가 잠든 시간에 무슨 생각을 하면서 이걸 먹을까?

내가 남편을 생각하는 것처럼 내 생각을 할까?


내 글에 남편이 많이 나와서 조금 줄여야지 했는데 지금 보니 또 남편 이야기다.

오랜 시간 함께 하다 보니 결혼이 1+1=2가 아닌 1+1=1라는 말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둘이 같은 곳을 보면서 하나가 된다고 하는데

조금 더 시간이 지나 보면 온전히 하나가 될지 여전히 둘로 남을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7시 퇴근할 남편을 기다려본다.


*일러스트는 핀터레스트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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