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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연습장

그 섬에 가고 싶다

by 오연서

섬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해 보니 친구들과 함께 한 통영 여행이 떠오른다. 통영이 집이다 보니 바다를 자주 가봤냐는 질문을 많이 받지만 특별한 여행 경험이 없다.


통영시 한산면 비진도. 해수욕장으로 기억되는 섬. 모래와 소나무밭이 있었다.

더운 여름 여객선 터미널에서 작은 유람선을 타고 섬에 들어갔다. 아마 그때 배를 처음 타본 것 같다. 모래장난도 하고 물놀이도 하고, 아빠랑 고무보트도 탔다. 그날 먹은 육개장 컵라면은 특별히 맛있었다.


추억은 향기를 남긴다. 물놀이를 하거나 야외활동을 하면 다른 종류의 라면도 많지만 나는 거의 육개장을 선택한다. 큰 컵은 맛이 없다. 이상하게도 작은 사이즈가 맛있다. 같은 회사의 제품인데도 단순하게 양의 적고 많음이 차이는 아닌 것 같다.


대학교 친구들이랑 숙소를 우리 집으로 잡고 통영 일대를 함께 둘러봤다. 바다에 가야 한다는 그녀들을 데리고 그 섬에 가기로 했다. 오래전 어릴 때라 기억이 흐리지만 좋았던 것은 확실했다. 서해를 자주 가던 충청도의 두 친구. 한참 삼총사로 친하게 지냈는데 어느 순간 둘만 남았다. 나를 제외한 2명이 서로 절교를 선언했다. 둘 사이의 복잡한 이야기는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내 마음도 어느 한쪽으로 기울었다. 분명 같은 친구였는데. 둘 다 각자의 사정을 나에게 이야기한 것 같다.

시간이 지나 사진 속에 함께 웃는 우리 모습이 참 어리다. 지금은 모두 각자의 시간을 산다. 간혹 내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면 한번 보고 싶다는 짤막한 한마디만 남긴다. 그럼 나도 물러 선다. 괄괄한 성격으로 두 친구를 이어주면 좋겠지만 그런 성향이 못 된다. 처음에는 이어주고 싶은 마음으로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 셋은 짧은 20대를 함께 한 인연만 남았다.


나는 두 사람이 동시에 발을 내딛길 기다리고 있는데 쉽지 않다. 그 세월이 벌써 15년은 된 것 같다. 어쩌면 둘 다 내 인스타에 남긴 발자취를 보며 서로를 추억하는지도 모른다. 용기가 없어 섬에 들어오지 못하고 주의를 맴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그 섬에 다시 가볼 수 있을까?

오래전 끊어진 관계가 예전으로 돌아가진 못해도 얽힌 오해는 풀었으면 좋겠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작은 섬.

그 섬에 가고 싶다.


*사진은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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