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배웠는데 아직 수영을 못해요.

수영을 배웠는데 아직 수영을 못해요.

운동에는 재능이 없다. 국민학교 때 철봉 매달리기를 하다가 우리 반에서 나만 떨어졌다. 아팠지만 창피함이 먼저였다. 괜찮냐는 물음에 괜찮다고 대답했다. 사실은 온몸이 아픈 며칠을 보냈다.

수영을 어릴 때부터 배우고 싶었는데 막상 수영장을 다니겠다는 말이 안 나왔다. 학교에서 수영부를 뽑기에 수영을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철없이 친구들이랑 다 같이 지원했다. 면접을 보는데 나는 수영할 몸이 아니라고 코치님이 이야기했다. 같이 간 친구 중에 실제로 수영부를 한 친구도 있다. 우리 부모님은 두 분 다 수영을 하셨다. 몇 번 아빠의 짧은 수영 강습이 있었는데 쉽지 않았다. 실내 수영장이 아닌 바다나 계곡에서.. 그러다 실력이 신통치 못하면 아빠는 튜브나 고무보트에 태워줬다.

내가 수영을 배운 건 회사를 다니면서였다. 길지 않은 3개월, 퇴근 후 저녁반에 등록을 했는데 물에 뜨기가 정말 어려웠다. 나는 물도 무서워했다. 실력이 늘지 않아도 꾸역꾸역 다니다 온몸에 피부병이 생기고는 수영장을 그만두었다. 자유형을 겨우 했었다. 그렇게 나는 수영을 포기했다. 결혼하고 신혼여행지에서도 스노클링을 내가 못하니 남편도 안 했다. 바다 수영의 아쉬움인지 풀빌라 풀을 열심히 헤엄치던 남편. 그날 나는 오랜만에 물에 들어갔다. 잘하지는 못하지만 자유롭게 몸을 물에 맡기는 남편이 부러웠다. 수영을 가르쳐 준다던 남편에게 조금 배우다 그냥 물싸움으로 끝나 버렸다. 그래도 물 공포는 어느 정도 극복한 것 같다.

나는 물에 안 뜨지만, 아이들은 물에 뜨면 좋겠다는 욕심에 두 아이 모두 수영 강습을 시켰다. 첫째는 잘 몰라서 구민센터 수영장에서 힘들게 배우고, 둘째는 어린이 풀장에서 조금 편하게 배웠다. 구민센터 수영장도 나쁘지 않다. 다만 샤워실 경쟁이 치열했다고 딸이 이야기했다, 버스에 타는지 안 타는지 확인 안 해서 수영장으로 데리러 가기도 했었다. 수영을 해서인지 두 아이 모두 어깨가 넓다. 수영도 안 하면 까먹는지 애들이 수영장에 가면 이제는 튜브를 타고 둥둥 떠다니고 싶어 한다. 또 현실적으로 수영할 기회가 자주 없다.

41살이 된 요즘 나는 수영을 배워볼까 생각한다. 동네에 수영장이 생겼다. 아직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람이 많다고 한다. 이제는 뱃살이 있어도 달라붙는 수영복을 당당하게 입고 수영장을 누빌 수 있을 것 같다.

수영하는 사람을 부러워했다. 수영 배우고 싶다는 그 말을 어릴 때 했다면 어떨까? 그때 수영을 배웠다면 지금 물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을까? 그건 알 수 없다. 나는 생각보다 겁이 많고 도전을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지금 기회가 온다면 자유형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

*일러스트는 핀터레스트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