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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연서 Aug 23. 2023

나를 따라다닌 녀석은 ‘건선’이었다

또 다시 환자

작년 여름 어쩌면 더 이전부터 몸에 생긴 것 같다. 조금 민망한 부위지만 팬티라인 밑으로 배꼽 근처와 사타구니 사이에 작은 물집이 하나씩 생겼다. 당연하게도 산부인과를 찾았다. 이러다 성기 주변으로 번질 것 같았으니까.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냥 그 자리만 맴돌았다. 다른 부위로 번졌다면 피부과라도 갔을 텐데 말이다. 산부인과에서는 자궁암검사, 세균검사등 진료를 받고 피부발진인 것 같다며 연고를 처방받았다. 검사 결과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 대부분 가지고 있다는 자궁의 물혹도 하나 없었으니까. 내 몸에서는 번지지만 남편에게는

옮기지 않아서 그것도 다행이었다. 물론 아이들도.

그렇게 약을 바르면 들어가고 나오고 더우면 나오고 반복되다 보니 1년 가까이 반복이다. 담당 의사는 연고만 바꿔 줄 뿐이다.


내가 “의사에게 이거 피부과 가야 하나요?”했더니

“가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한마디를 한다. 진료 전 예진을 간호사와 하면서도 고민했었다.




진료가 끝나자마자 피부과에 가서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아도 변화가 없다고 설명을 했다. 정말 이 부위는 산부인과에서 보는 부위라 해서 피부과는 생각도 못했었다. 간호사 두 명과 진료를 보던 의사는 각질을 채취해서 검사를 해야 한다고 자기가 아닌 간호사가 채취할 거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원래 이런 건 의사의 일이지만 나름 나를 배려한 것 같다.(어제 다른 병원에서는 부위가 다르기도 했지만 진료실에 의사만 있었고 혼자 조용히 채취를 했다)


잠시 뒤 결과에서 아무‘뀬’도 나오지 않았다. 연고를 발라서 그럴 수 있다며. 간호사가 연고를 발랐고 처방전을 받았다. 또 증상이 나타나면 약을 바르지 말고 내원하라고 했다. 그때는 피검사를 한다고.


2달 후 다시 발진이 생겨서 내원했더니 피검사를 했다. 이건 바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3일 후 나온 결과도 아무것도 없이 깨끗했다. 알레르기 검사였다. 의사는 습진인 것 같다며 연고를 잘 바르라고 했다. 비상용으로 먹는 약도 처방받았다. 매번 내원하지 말고 약을 먹고 연고를 발라도 안되면 그때 가는 것 같다.


다시 1달, 발진이 보인다. 남편이 대전이나 큰 지역으로 가보란다. 내가 사는 지역은 군자체에 피부과 전문의가 1명이다.(내가 갔던 곳) 대학병원 진료가 어려워 다른 피부과로 갔다. 이번에는 등이랑 엉덩이라 잘 보이지 않는다. 만져보면 대강 알 수 있다. 보통 피부병은 가려움이 있는데 이건 그게 없다. 혼자 조용히 생겼다 들어가고 간혹 늦으면 내가 발견을 하고 뭐 그랬다.




이번에 간 병원은 내가 대전에 살면서 진료를 다닌 병원이다. 요즘은 피부보다 미용으로 진료를 많이 봐서 우선은 아는 곳으로 갔다. 아침 진료 시간에 맞추어서 갔는데도 환자가 많았다. 등에서 각질을 채취했다. 움직이지 말라는 말을 하고. 결과는 5분이면 나온다고 했다.


검사 결과 아무 ‘균’도 없다. 건선인 것 같다. 이게 완치가 없고 재발한다. 수포 5개를 보고 진단하기가 참 그렇다. 약 잘 먹고 연고를 잘 바르셔라. 가렵지 않은 것도 아프지 않은 것도 다행이다. 심한 경우가 많다.

지금처럼 관리하면서 지켜봐야 한다.


나를 따라다닌  녀석은 건선이었다. 한동안 밀가루를 안 먹고 식단을 했었는데 내 몸에서 sos를 보냈었나 보다. 내 몸이 참 정직하다고 느꼈다. 건선은 식단을 조절하기도 한다. 재발 없이 내 몸속 깊이 숨어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뇌신경 수술도 했는데 이것도 고칠 수 있지. 다행히 죽고 사는 병이 아닌 것에 감사하자.


건선을 이겨 나가면서 기록을 남겨보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래도 2년 가까이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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