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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연서 Aug 08. 2023

누나는 수학 선생님

중1 둘째가 유독 약한 부분은 수학이다. 중간고사가 가까워질 때 수학학원을 간다더니 시험이 끝나니 안 간다고 한다. 기말고사를 보고는 더 못 가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아이는 남에게 배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혼자 수학문제집을 사서 풀기로 했다. 몇 장을 풀고 책장에 그대로 자리를 잡았다. 결국 혼자는 안 되겠다 싶었나 보다. 녀석이 sos를 친 쪽은 누나다. 학원도 과외도 싫다더니..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둘은 수학을 함께 공부할 거라는 기대와 달리 시간이 흘러간다. 내가 나서지 않으면 방학을 그대로 쉼에 올인할 것 같았다. 중3인 첫째가 시간을 빼면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 생각했는데 은근히 여유롭다. 유튜브와 독서, 게임등 개인의 여가에 보내는 시간이 많아 넌지시 “이제 좀 봐주자~”

아들에게도 “방학이 끝나가는데 1학기 수학책이 새 거네~ 조금만 볼까?” 평소라면 이 핑계 저 핑계를 되고 도망갈 녀석인데 마음의 여유가 있나 보다.

점심을 먹고 우리 셋은 식탁에 앉아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딸이 먼저 “이번 수학 몇 점이야? 아는 것 모르는 것 구분을 할 수 있어?”

“어, 잘 모르는데..”

“XX점이라 그냥 다 모른다고 봐야 할 것 같아.” 내가 한마디를 보태니

아들은 “아니거든 QQ점이거든.”


몇 마디의 대화를 나누고 하루 90분씩 첫째가 둘째의 수학을 봐주기로 했다. 1일에 만원씩, 시간당 만원으로 계산했더니 금액이 너무 커져서 용돈+재능 기부를 요청했다. 45분 지도, 45분 자습형식으로 주 6일을 함께 공부한다. 여름 방학 2주가 남은 시점에 아들은 1학기 수학을 복습하기로 했다. 이대로 올라가면 2학기는 더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우리 학교는 2학기가 자유 학기제라 더 격차가 벌어질 것 같았다. 초등 수학과 중등 수학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안 아이는 평균을 다 깎아 먹은 수학에 한 걸음 다가가는 것 같다. 큰 효과를 보지 않더라도 학원이나 과외를 할 용기만 생겨도 좋겠다.


조금 전 1일 차 수업이 끝난 아들에게 “밖에서 들으니 화기애애하던데 어때? 조금 이해가 가니?”

“종이책보다는 확실히 이해가 되네요.”

“그래서 사람한테 배우는 거야.”

“저 인제 이게 풀어야 하거든요.”


중간에 싸우고 안 한다고 할까 봐 불안하던 마음이 놓인다. 오늘 이 마음이 변하지 말고 다음 주까지 이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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