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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연서 Sep 11. 2023

나는 원래 피부가 좋았다

희고 깨끗한 피부였다. 돌아가신 할머니는 어른이 된 나에게, 넌 피부가 좋아서 사람들이 따라와서 이야기를 할 정도였어. 지금부터 35~6년 전 더운 여름 할머니와 지나가는 나를 본 남자는 따라와서 ”여름 애가 아니네요. 어쩌면 이리도 흰지. “ 그 한마디를 할머니는 두고두고 해주었다. 지금 같으면 난리가 날 일이지만 말이다.


사춘기 때 여드름이 생겼지만 그래도 어렵지 않게 지났다. 그렇게 성인이 되고 나는 다시 피부과를 찾았다. 그것도 대학병원으로. 내가 시흥에 살 때 고려대 안산병원 피부과를 다녔다. 지루성 피부염을 두피에 심하게 앓았다. 여러 제품을 쓰면서 치료를 받았던 것이 생각났다. 어쩌면 그때부터였을까? 둘째 아이를 낳고도 나는 지루성 피부염을 앓았다.


이렇게 생각하면 나는 결코 좋은 피부가 아니었다. 원인을 몰라 그냥 겉으로만 약을 바르고 속으로 숨겨뒀다. 그렇게 몇 년에 한 번씩 피부는 나에게 본모습을 보인 것이다.


내가 지금 왜 그때가 시작이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할지도 모른다. 건선을 완치 한 사람도 처음에는 지루성 피부염으로 치료를 하다가 4년이나 고생하고 건선으로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건선을 제대로 정의하지 않는다. 다양한 피부병이 있어서 제대로 진료를 못 보는 경우도 있지만 이 병 자체가 완치가 없으니 진단을 쉽게 내리지 않는 것 같다.


병원에서 5-6개 물집으로 진단을 하면 너무 슬프지 않겠냐는 질문을 받았다. 간혹 습진이라고 말하는 병원이 있다면 다시 다른 병원에 가보시길. 이번에 진료 본 병원 원장님이 피부과에서 습진은 “저 여기 아파요” 와 같다고 하셨다. 습진을 다양한 의미로 의사들이 말하는 것 같다. 남편도 나에게 너 습진 같다며 어서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어쨌든 나는 지금 의사가 건선 같다는 소견을 남겼기에 내 피부병 기록을 돌아봤다. 몇 번 되지 않았기에 쉽게 기억이 났다. 나는 중학교 때 원형탈모로 두피에 주사를 맞았던 기억도 난다. 지금은 엄청 풍성한데 말이다.


진단을 받고는 건선을 치유한 사람을 찾고 자연식물식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나는 그나마 심하지 않았다. 며칠은 간도 약하고 고기나 달걀도 먹지 않았다. 그렇게 피부에 있던 흔적이 사라지니 나는 점점 원래 식습관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매운 음식을 먹었고 맥주도 한 잔 마셨다. 아직 완치가 아니다. 완치가 없다는 자가 면역 질환을 완치한 사람이 있다. 나도 3개월은 식습관을 유지해서 몸을 정화시키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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