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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연서 Feb 02. 2024

12. 자동차는 필수품일까?

몇 달의 뚜벅이 생활을 마무리하고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갑자기 차가 없어져 불편해서 어쩌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어찌어찌 또 살아냈다. 13~4년 운전을 하다 보니 당연히 차와 한 몸처럼 지냈고 있었다. 걷는 걸 싫어해서 운전을 하고는 항상 차를 가지고 다녔는데..


남편이 몇 달만 차 없어도 될까? 했을 때 고민 없이 괜찮다고 말했다. 무슨 용기인지 모르겠지만 이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고민했을까? 생각하니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이런저런 상황을 알면서 집에서 글 쓰는 내가 차량유지 고민을 하는 건 배부른 투정인 것 같았다.


일단 우리 집은 군 단위 지역이지만 혁신도시라 대부분 동네 안에서 걸어서 해결이 된다. 장거리를 가거나 차가 필요하면 공유차량을 이용하기로 했다. 뭐 처음부터 없던 사람처럼 버스도 타고 걷고 열심히 살았다. 그래도 아파트 정문에 버스정류장이 있어서 편했다. 거기서 버스를 타고 매주 수요일마다 오프라인으로 강의도 들으러 다녔다.


운전하느라 모르고 지나친 우리 동네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도 했다. 아기자기한 카페도 오래된 식당도 모르고 지나치기 바빴는데 걷다 보니 하나씩 알았다. 처음 차가 없어지면 택시를 엄청나게 탈 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몇 달간 탄 택시는 배가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갈 때, 수요일 수업이 끝난 어느 날 너무 피곤해서 딱 이렇게 2번이었다. 생각해 보니 뿌듯하다.


사실 우리 아이들이 다 커서 가능했다. 이미 친구들이랑 여기저기 걸어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서 한 달에 20일 이상 서 있는 차가 꼭 필요하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운전을 처음 시작했다.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대중교통은 생각보다 한계가 있었다. 그 당시 서산시 @@면에 살았는데 워킹맘이다 보니 운전은 필수였던 것 같다.


차가 있다면 집 앞 카페를 두고 일부러 더 멀리 가기도 하고 의미 없는 드라이브를 가족의 시간이라 생각하며 할 수도 있었겠지만 가계부를 작성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안 하기로 했으니 그런 소비도 줄이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버스도 타고 걸어 다니면서 내가 생각보다 걷는 걸 좋아하고 어려운 환경에도 잘 적응한다고 생각했다.


날이 더울 때는 시원한 음료 하나를 들고 급하지 않게 걸으면 되지만 비가 오거나 추운 날에는 가끔씩 짜증이 났다. 걸어 다닐 수 있어서 좋았는데 반대로 가까운 거리라 택사를 타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더 많이 걸었던 것 같다.


지금 다시 나는 차를 운전한다. 10년 넘게 suv를 운전하다가 승용차를 운전하다 보니 다시 초보가 된 것 같다. 그래도 아이가 새로 다닐 학교에 가느라 둘이서 고속도로에 나가보고 처음보다 쉽게 운전을 배운다. 한참 추운 날 걸어가던 도서관에 아이들 데려다주고 나오는 내 마음이 뿌듯하다.


세상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일이 많다. 살면서 차는 당연한 필수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선택가능 하다는 걸 알았다. 내가 이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지금은 내가 차를 선택해서 두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차가 없는 상태라면 나를 그냥 위로하는 글이 되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이 글을 쓸까 말까 고민했지만 남겨보기로 , 1년이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나는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다시 따듯한 봄이 오면 동네 공원들을 걸어 다니며 꽃구경을 또 해야겠다.


*이미지는 핀터레스트에서 가져왔습니다.


[나는 나를 알고 싶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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